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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다중 지성 [도서출판 갈무리]'의 출간 안내와 관련 정보를 담은 글입니다. 이 게시판에서 불필요한 정보라 판단되시면 삭제해도 무방합니다. 감사합니다.



리얼리즘의 경계 지대에서 미학적으로 사유하며,
신화적 상상력으로 현실의 경직된 선들을 녹인 석제연의『시지프의 신화일기』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와 그리스인의 시조인 헬렌 사이에서 태어난 시지프, 신의 세계를 엿보며 인간과 신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던 시지프, 무거운 바위를 밀어 오려야 하는 영겁의 형벌을 받았던 시지프, 그/녀가 돌아왔다. 오늘 그/녀는 문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주 작은 씨알을 뿌리고 있다. 사소할 수도 있는, 아주 작은 씨알 - 때로는 그것이 전체가 되어가기도 한다.

과거로부터 신화는 역사였으며 역사는 현실의 현상이었다. 아무리 오래된 신화라 해도, 신화는 죽어버린 것이 아니다. 신화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재탄생되어지고 굳어진 현실의 경계들을 밀어내며 미래가 들어올 틈새를 연다. 신화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현재가 되어, 우리 시대에 살아 움직이는 현실적 삶이 된다. 신화를 차용한 소설로, 시로, 철학에세이로 문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어 흐르는 석제연의 『시지프의 신화일기』는 우리 삶을 다양하게 할 것이다.

석제연의 『시지프의 신화일기』는 신들의 세계를 엿보는 ‘신화 설명서’가 결코 아니다. 『시지프의 신화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이 역사의 상처와 여성의 상처로부터 새살을 틔우는 신화적 상상력으로 미래를 열어나가는 ‘신화에세이’이다.

석제연의 『시지프의 신화일기』는 ‘신화’, ‘문학’, ‘미학’, ‘일기’ 등의 여러 계열에 걸쳐 있는 장르이다. 아니 오히려 이 모든 장르의 경계에 선 ‘메타장르’이다. 여기에서 경계를 넘어 흐르는 것은 작가 석제연의 언어세계이다. 작가 석제연은 기성언어에 아주 질린 듯한 반동적인 냄새를 풀풀 나게 하는 거침없는 언어를 구사한다.

한 가치 지향의 언어 세계가 한 몸에 집중적으로 구축되고 그러한 몸들이 격렬한 전장을 형성해 나가면서 양성 모두 포용해 줄 수 있는 제 3의 성을 구성해나가듯, 작가 석제연은 <시지프의 신화일기>에서 신에게 변명하기 위해 아내를 둔 그녀 시지프(제3의성)를 언어로써 포용하고 있다. 오늘 그녀에게 제 3의 성은 언어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리고 성해방이 사회적 삶을 광범위하게 정서적으로 재조직한다는 기든스의 말을 떠올린다면, 석제연의 『시지프의 신화일기』에서 신화적 상상력으로 해방된 언어는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 기성문체에 아주 질린 듯한 반동적인 냄새를 풀풀 나게 하는 거침없는 문체!
- 리얼리즘의 경계 지대에서 미학적으로 사유하며, 신화적 상상력을 통해 현실의 경직된 선을 녹이는 신화에세이!
- 서정과 서사, 그리고 교술이 뒤섞이는 장르혼성, 우리 시대의 문학적 아방가르드!
- 낡고 단단한 모든 것을 해체하는 횡단적 글쓰기!
-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언어구사!
- 자신의 성을 만들어나갈 중학생이 된 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지은이 : 석제연(본명:김미진) / 출판사 :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 피닉스문예
출판일 : 2003년 11월 06일 / 판형 : 변형신국판 / 쪽수 : 224쪽 / 정가 : 9,000원


1. 바다로 가는 작은 문학사 (이여예)

탈 장르적 사고가 어제오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탈 장르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일기라는 양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모든 장르의 단초가 공존할 수 있는 내밀한 공간이 반성적 사유 안에 마련된다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삶에 대한 메타포를 신화로 대체한다는 점은 그 자체 알레고리의 반경을 무한히 넓힐 소지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신화란 단순한 텍스트에 머물 수 없는 언어의 외연을 분명히 갖춘 것이니까, 곧장 현실로 나아가지 못하는 듯이 비치는 것은 보다 풍부한 문화의 저변을 현실의 수면 위로 떠올리기 위한 하나의 가능태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리얼리티와 이메저리가 어떻게 교류하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할 터인데요. 매개변항을 따로 두지 않겠다는 발상의 전환, 즉 언어의 상징성을 극대화하여 칸트적 베르그송적 언어관을 차례로 넘어서는 언어세계를 구현하겠다는 당찬 기획이 고스란히 고원의 언어세계에 반영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그에 접근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감평을 해 봅니다. 그의 언어는 거의 비어 있습니다. 동시에 의미의 현존이기도 하지요. 자신을 비워서 현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의미를 직접적으로 이미지와 메타포에 투사하고 그 둘을 착종시킬 필요가 있을 텐데, 고원의 행간은 이를 상당 부분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다음으로 고원의 작품에 흐르는 서정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간과할 수 없을 텐데요. 자아도취나 동어반복으로까지 여겨지는 고백을 지치지 않고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우려를 표시하지 않는다면 연민을 느끼게 될 것이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런 거리를 잊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한 모놀로그가 아닌 폭발적인 열정으로 걷잡을 수 없는 격정으로 다가온다고나 할까요? 그의 표현에 의하면 락 콘서트의 가수처럼 독자와 호흡하는 그 글들의 호소력을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맥루한 매체이론을 문학에서 구현하여 아방가르드가 되고 있는 듯한, 어쩌면 매체문학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아야 어울릴 듯한, 감성에 넘치고 솔직하고 발랄하고 순수하면서도 문학의 지평을 내려서는 일이 없는, 한 작품세계를 우리는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스스로는 프로를 지향하는 글쓰기라고 하지만 모차르트의 천재성처럼 모차르트를 웃기고 울리면서 끝없이 모차르트를 갉아먹는 일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한, 그의 글쓰기는 철저히 위태로운 自己消失의 길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지를 분명히 안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신화비평에서 원형 개념을 다루는 시각차와 접맥되는 환상과 현실의 충돌 혹은 화해의 문제를 고원의 작품은 어떻게 겪어나가고 있으며, 작품의 전망은 현실의 어떤 층위까지를 아우르게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반드시 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진행 중인 작품에 대한 작가 자신의 설명 이상의 것이 있을 리가 없겠지만 넷에서 꾸준히 발표되고 공유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넷의 향방과 궤를 달리하리라는 예측은 좀 어려울 듯합니다. 퍼포먼스 아닌 퍼포먼스로서 진행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 퍼포먼스는 마치 사람들이 누구나 어머니의 자궁을 거쳐오듯 하는 지극히 원형적인 자기의식의 벽을 깔끔하게 지워내는 대단히 재기발랄하고 흥미로운 것이기에, 보는 시선이 저절로 차 올라 마음의 강둑을 허물고 바다로바다로 가는, 어쩌면 자그마한 문학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조차 가져 보게 되는 것입니다.

2. 잘 빚은 여인의 나체와 같이 조화로운 고원의 글(박수부대)

그녀의 산문은 안정이 되어 있다. 상황묘사도 잘하며 글 전체에서 악문은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여류다운 섬세한 흐름을 잘 유지하면서도 천박한 감성을 잘 조절하는 손속도 지니고 있다. 무편무당하며 글 전체에 흐르는 객관성도 다분히 돋보인다. 맺고 끊음이 명백하여 군더더기를 제거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능청도 보인다. 신화를 주제로 하였으나 신화라기보다 선녀의 수필을 연상하게 하는 글 기풍은 잘 빚은 여인의 나체와 같이 조화롭다. 전화가 왔었다.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어느 독자였는데 고원의 글이 넘치지도 난삽하지도 않으며 특히 상황묘사가 뛰어나다고 칭찬을 하였다. 잘 보았다고 말해 주었다. 안정된 글은 단아한 작품을 낳는다. 독자 여러분도 그녀의 글에 주목을 해 보시기 바란다.

3. [신화일기], 독특한 장르의 개척(왕굼금)

석제연, 고원, 씨지프스 이 3개의 명칭이 헛갈려요. 지금까지 고원님 본인의 언급에 의하면 완전한 동일인물인 것 같은데요. 그러나 소설인지 일기인지 헛갈리는 내용들을 읽다보면 동일인인지 아닌지가 가물가물합니다. 수필(일기), 설명문, 논설문 등은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소설이나 희곡은 등장인물을 통해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신화일기]는 고원님만의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시는 것 같군요. 고원님의 글을 읽고 나면 저 혼자서 무한한 상사의 나래를 폅니다.


작가 석제연님이 [시지프의 화석]이라 명명한 백진스키의 그림으로 누군가가 만든 플래시(아래)


1. 작가 소개 :

본명은 김미진
1963 전북 전주생
1992 전북민족문학작가회의 발행 『사람과 문학』지에 시, 「그대에게 가는 꽃자리」 발표
1994 자선시집 『그대에게 가는 꽃자리』 발행
1995 자선소설집 『저 햇살 속에 연두빛 싹이』 발행
1995 군산대학교 등 강의
1997 전북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한국문학 현대문학)
2002 『시지프의 신화일기』 연재
현재 『현실이의 신화소설』 『신화란 무엇인가』 등 집필중.

2. 작가의 말

“저는 언어 자체를 추상성이라 보고 있습니다. ‘모든 창작품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이유는 그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분이 잘 지적하셨는데 또 다른 장르의 개척이라면 개척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존에 일기문학이라는 장르가 없진 않았지만 저처럼 허구성을 많이 염두에 두고 쓰여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점에 있어 제 [신화일기]와 기존의 일기문학은 차이가 날 겁니다. 하지만 [신화일기]가 소설처럼 완전한 허구는 더 아닙니다. 묘합니다. 장르구분은 쉽지 않지요. 언어가 추상이라면 일기든 소설이든 언어로 쓰인 역사책도 허구로 보아야 하는데 허구와 실제를 명확히 가르지는 못합니다.”

3. 『시지프의 신화일기』를 되돌아보며..

※ 저자 석제연님이 [시지프의 화석]이라고 이름 붙인 백진스키의 그림(왼쪽)

"어느 날 그야말로 운명처럼 [시지프스 신화일기]라는 것을 쓰게 됩니다. 어떤 절을 갔다 온 직후였으니 몇 해만에 다녀온 여행 아닌 여행의 끝이기도 했습니다.

극심한 혼란의 실타래가 풀리려는지 글은 정신을 못 차릴 만큼 풀려지기 시작하는데 글이라는 걸 쓰면서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시원함, 후련함, 아우라 등이 느껴졌으니 신화일기에 매료되어 가는 저를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힘들었습니다. 굳이 말로 표현해야 했다면 그건 다시 신화일기가 될 수밖에 없기도 했고요.

신화 말고는 잠시도 한 눈을 팔기 싫었으며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그 또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였으므로 저는 [신화일기]를 쓰는 일 외에도 [신화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따로 쓰고 있었으며 번역하기 좋은 신화 책을 찾느라 공부를 할 수밖에 없기도 했습니다. 말은 가자고 급히 조르는데 고삐 쥔 님은 풀어주질 않으니 할 수 없이 신화 영역을 넓혀 [메타 크리티시즘] 쪽으로 하고 있었고요.

신화일기는 신화일기대로 목걸이에 구슬이 꿰지듯 처음엔 '너'라는 대상 한 줄로만 꿰지던 세계관이 점차 '너'와 '나'로 분리되더니 나중엔 너와 나를 포함한 '우리'로 넓어져 갔고요.

온갖 새들의 지저귐, 요정들의 나풀거림, 맑은 물이 끊이지 않는 샘, 숲은 온통 신비로운 빛들로 가득차 있었으며 어쩌면 신비 그 자체였습니다.

해는 바뀌었고, 나이는 한 살 더 먹었습니다. 유쾌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거울을 통해 보는 저는 너무 이질적입니다. 거울 밖의 고원은 힘빠진 노파인데 거울 속의 그녀는 딱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그것이 저를 더 황당하게 만듭니다.

잠시, 저는 걸음을 멈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숲은 이미 벗어났으니 근처에 냇가라도 있나 찾아보고 발견하게 되면 손이라도 씻고 얼굴이라도 비춰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작은 냇물이라도 찾아야 할 텐데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4. 본문 중에서

엿듣기 좋아하고, 입이 가볍고, 교활한 데다, 신들을 우습게 여겨 일찍이 마뜩찮은 인간으로 낙인찍힌 나.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가 몇 번이나 시종을 보내 으르고 경고하여 데려가려 했지만 갖은 말재주와 임기응변으로 피한 나는 밤하늘 끌어안은 바다와 금수초목을 안아 기르는 산과 늘 새롭게 웃는 대지 속에서 삶의 기쁨을 누리다 돌아왔다.(시지프, 여행에서 돌아오다)

폭발적인 가창 뒤에 찾아올 적요는 무섭다. 불꺼진 객석, 전원이 꺼진 마이크, 전선과 기타 장치가 얽힌 무대, 땀으로 얼룩진 피곤하고 초췌한 얼굴. 나는 락가수가 아니지만 그들과 내가 자주 동일시될 때가 많았다. 전설적인 락가수라는 짐 모리슨, 그룹 퀸과 보이 조지, 데이빗 보위와 너바나 등. (아도니스여 제발)

‘사랑해요’를 ‘씨발놈아’로 가르쳐 놓고 예정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씨발놈아, 씨발놈아”를 외치게 했던 병사가 있었다. 작별의 눈물을 흘리며 “씨발놈아”를 외치는 여인과 연인 사이였던 그 병사는 예정된 이별이 두려웠을 것이다. 여인의 맹목적인 믿음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여인과 병사의 잘못된 대화는 가혹하다. 그러나 문학적으로 프리즘적으로 가혹할 만큼 아름답고 쓰리랑쓰리랑 눈물나는 사랑 이야기이다. 문학이, 소설이, 이야기가, 신화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리즘과 프로테우스)

주검을 처음 접한 건 서른 살 무렵 선배 언니였다.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겪지 못한 행운을 누린 내게 운동권 선배언니의 죽음은 특별했다. 수없는 투옥 속에 위장이 말썽을 부렸던 모양인데 예수처럼 서른 셋이 되자 병은 몸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먹기 시작해 냉동 트렁크 속에 담겨진 쌍둥이 엄마는 얼굴이 까만 색으로 변해 있었다. 공포에 질린 내가 ‘언니’라고 짧게 부르자 언니는 트렁크 속으로 꺼멓게 탄 얼굴을 숨겨버렸다.
창 앞에 비통의 강이 흐른다. 엄마의 엄마가 시름의 강을 건너갔고 뒤이어 아빠의 엄마가 불의 강을 건너 레테의 강으로 흘러갔다. 어느 여름날 까마귀떼 같은 먹장구름이 하늘을 덮자 레테의 강, 망각의 강을 건넌 세 자매가 아홉 낮 아홉 밤을 걸어왔다. 레테의 강을 건너면 너른 들이 나오는데 그 들엔 냉동트렁크가 없다고 말해 주었다. 온돌방도 필요 없고 집과 돈을 얻기 위한 싸움도 없고 하늬바람에 바늘 땀 없는 옷자락을 날리며 산다고 말했다. (풀향기 내가 다시 만나서)

여행 후 손톱부터 깎았다. 피아노 치듯 하는 타이핑에 며칠 사이에 길어진 손톱이 거치적거렸다. 손톱의 때는 바지락을 캐다가 들어간 개펄의 흙이었는데 조개를 캘 때는 흙조차 좋았지만 손톱 사이로 들어간 개흙은 더러운 때가 되었다. 더러울 뿐 아니라 병균까지 옮기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내게는 백해무익이었으므로 단정하게 잘라 내버렸다. 흙은 내게 항의하지 않았다. 조개 캘 때의 기쁨을 잊었냐느니, 조개와 흙을 죽인 부도덕한 손이라느니. 제 것만 챙기는 이기적인 인간이라느니 하는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 (너와 나 신화처럼)

동그란 눈이 너무 예뻐 팔을 가져다 깨물고 만 이름 모를 아이는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들 건너 내 방에 와서 종이인형을 탐내던 오목눈이들은 괜찮은 인형 하나 갖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어긋난 꿈들아 친구들아 너 내 안에 살아 변치 않는 우정을 과시하고 있구나. 좋구나. 그래도 좋구나. 어긋난 꿈들이여.
코피를 너무 많이 흘리던 그때 나는 무슨 꿈을 꾸었을까. 들녘의 삐비꽃이란 삐비꽃은 모두 내 몸에 피어 있을 텐데 삐비꽃을 뽑아 약을 다리던 굽은 손은 펴질 줄 모른다. 나는 지금도 아주 가끔 코피를 흘리지만 삐비꽃은 먹지 않는데 가끔은 만나지 못하는 손들이 허전할 때가 있다. 가끔 아주 가끔은 누구도 이끌지 않는 빈손이 허전하다. 빈 들처럼 허전할 때가 있다. (들 건너 친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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