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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예술 경계 허문 플럭서스의 미학


좋은 책의 특징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반발감’을 들고 싶다. 여기에 ‘좋은 정보’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독서의 재미란 저자와 독자 사이의 첨예한 대립이 주는 선물이다. <플럭서스 예술혁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저자들은 각각 존 케이지, 요셉 보이스, 백남준을 기술하고 있다. 모두 현대예술사에서 가장 밝게 타올랐던 ‘플럭서스’의 전설적 인물들이다. 플럭서스는 흐름, 끊임없는 변화, 움직임의 미학을 통해 본질주의 미학에 저항했던 일군의 집단을 지칭한다. 케이지는 ‘우연’과 ‘침묵’, 그리고 ‘소음’을 통해 서구음악을 지배하는 구성주의적이고 결정론적 전통에 저항했다. 보이스는 죽은 토끼의 심장을 칼로 도려내어 걸어 놓은 후 붉게 상기된 얼굴로 감상적인 피아노 곡(에릭 사티의 곡)을 연주함으로써 예술적 행위에서 상황과 환경을 복원한다. 백남준 역시 ‘비결정성과 변동성’의 미학을 TV 위에서 실현함으로써 플럭서스의 미학을 주도한다. 



이 책의 백미는 플럭서스의 미학을 ‘다중’의 현실적 전망 위에 놓고, 그것의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하는 지점이다. 플럭서스는 삶-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감각적인 것의 민주화’에 기여했지만, 여전히 엘리트 중심의 닫힌 예술계와 공모했으며, ‘2008년의 촛불’로 표상되는 ‘우리 시대의 탈목적론적 다중’을 유의미한 예술적 실천 주체로 포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플럭서스 예술혁명의 다중적 함의는 무엇일까? 현재의 맥락에서 보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그것의 현재적 가능성을 검토하지 못한다면,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세 명의 천재들은 이른바 ‘역사적 플럭서스’라는 이름을 달고 미술사의 또 다른 화석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저자들의 후속 연구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김동일 | 서강대 연구교수


원문 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4052126115&code=9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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