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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뉴욕의 속살을 파고들다


꺄르르 (이인)

서평 원문 링크 : http://blog.ohmynews.com/specialin/455523


( 서평 전문 ) 

뉴욕만큼 환상으로 버무려진 곳이 있을까? 모닝커피와 베이글 빵으로 아침을 시작하여 신나게 일을 하며 낮을 보내고 숱한 파티와 새로운 만남으로 수놓아질 뉴욕의 저녁은 대중매체를 통해 지구마을 구석구석으로 뿌려졌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뉴요커’를 욕망하게 됩니다. 이곳저곳에서 ‘짭퉁 뉴요커’들이 나대는 이유죠.
 
그렇지만 자본이 빚어놓은 뉴욕이라는 환상의 아래쪽엔 나라, 인종, 성별, 언어를 뛰어넘어 모든 이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열망이 있습니다. 뉴욕은 바로 ‘이주민들의 도시’였고, 지금도 지구의 민중들이 몰려드는 세계의 도시니까요. 월가 시위가 벌어지고 9/11 테러가 일어날 만치 지구권력의 복판이기도 하지만 다채로운 사람들이 들꾀며 움직이는 도시가 뉴욕인 것이죠.
 
『유체도시를 구축하라』는 이와사부로 코소라는 일본인이 뉴욕에서 겪은 것들을 잡아낸 책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뉴욕의 풍경이나 공간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변화하는 뉴욕을 담아내고자, 지은이는 시간의 층과 흔적들을 다룹니다. 그래서 뉴욕시장이 누구이며 어떤 정책들이 있었는지에 눈독을 들이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뉴욕으로 왔으며 그들은 어떻게 어울리며 살아가는지 ‘거리의 정치’에 눈길을 주죠. 마천루의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의 움직임, 관계망, 연결, 소통을 통해 달라지는 ‘유체도시’로서의 뉴욕을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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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예술, 신체라는 개념으로 뉴욕이 어떤지 찬찬히 파고드는 이 책은 꽤나 친숙하게 다가오는데, 그만큼 뉴욕이라는 도시가 욕망의 이름으로 이 사회에도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기 때문이죠. 지명들과 인사들이 낯설지 않아 이야기가 솔깃한 데다, 사회변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그냥저냥 늘어놓는 게 아니라 지은이가 지식을 곁들여 알맞게 설명하기 때문에 책은 그리 어렵지 않게 술술 읽게 됩니다.
 
서울 또한 뉴욕과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깥에서 들어오고 있으며 다문화, 다인종, 다민족, 다언어가 얽히고설키고 있죠. 뉴욕의 화려한 생활이나 높다랗게 솟은 건물들에만 홀리기보다는 뉴욕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뉴욕 안에서 일어난 수많은 변화에 눈독을 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뒤섞임 속에서 찝찝함과 거북함이 생기겠지만 그 안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희망의 싹’이 함께 있으니까요.
 
이제 우리는 마침내 ‘인간의 생산’의 선행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것은 서양중심주의적인 ‘인간주의’가 아니라 지구적인 규모의 ‘사회적 인간’의 생산이다. 이것이야말로 다종다양한 인간이 밀집하고 공생하는 현대도시에서 ‘인간의 사회적 성숙’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미래의 단계일 것이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역사적 경험에 무언가 배울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전통적인 공동체로부터 탈출한 세계민중의 밀집적 공생이, 새로운 도시적 환경 속에서 미국 권력에 대항하면서 어떻게 자율적인 사회적 관계의 그물망을 형성해 왔는가 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운동이 모델로 삼을 만한 관계성, 그리고 그것이 싹 틀 수 있었던 대지 모두를 여기서 볼 수 있다. 408~4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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