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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주의자’가 증명한 사회분석 이론의 유효성

[깊이읽기] 안토니오 네그리 지음, 『네그리의 제국 강의』(서창현 옮김, 갈무리 출판사, 2010.11)


지난 11월 19일 갈무리출판사에서 서창현의 번역으로 출간된 『네그리의 제국 강의』는 한국의 ‘다중’과 세계의 ‘일반지성(general intellect)’을 연결하는 일간지 기자들의 필봉으로 큰 지면 속에 환영받았다. 이런 환영은 칼 슈미트가 근대의 주권성을 설명하기 위해 내세운 ‘예외적 상황’과 법의 구성 관계를 초월한 탈근대적 주권성을 ‘제국’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한 네그리의 사회분석 이론의 유효성을 증명해 준다.


안토니오 네그리는 마이클 하트와 공저한 『제국』에서 자본주의의 발달로 산업화(포디즘)가 포스트포디즘의 모델로 이동하면서 생겨난 전지구적 사회 현상을 ‘제국(Empire)’으로 설명하며 근대의 제국주의와 차별화한다. 근대의 제국주의가 국가와 영토에 기초한 식민주의적 모델이라면, ‘제국’은 산업형 노동이 정보화 및 서비스형 노동 유형으로 변모하면서, 자본의 최대 이익의 창출을 위해 초국가적으로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주체를 통제하는 탈근대적 모델이다. 슈미트의 이론에서처럼 ‘예외적 상황’을 통해 법을 제정하고 그에 기초해 권리를 행사하는 근대적 주권과 다르게, ‘제국’의 주권성은 전지구적으로 ‘국가’와 같은 중심이 없는 형태로 자본의 흐름과 소통의 네트워크를 통제하는 탈근대적 주권성이다.



‘제국’과 탈근대적 주권성


초국가적 ‘제국’을 굳이 이전 모델로 환원해 보면, 군주제, 귀족제, 민주제의 혼합체로서 미국의 펜타곤 같은 군주적 존재일 것이며, 이들이 ‘제국’의 통제를 시도한다. ‘제국’의 다국적기업들과 금융기구 등은 이런 군주적 역할을 저지하는 귀족제의 위상을 가진다. ‘제국’의 구성원인 현대판 프롤레타리아, ‘다중’은 자신들을 착취하고 배제하는 복잡한 자본주의적 네트워크에 저항하며 민주제를 구현하려 한다.


네그리는 하트와의 다른 공저, 『다중』에서 제국의 노동유형인 비물질노동(immaterial labor)에는 전형적인 마르크스주의적 노동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주부들의 가사노동은 물론 서비스 노동과 현대의 다양한 정신적·정서적 차원의 노동이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다중’은 비물질노동에 종사하면서 마르크스의 ‘산 노동(living labour)’이 가지는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속성으로 인해 오히려 자본의 명령을 초과해 인간의 ‘구성적 역능(constituent power)’에 기초해 자유와 해방을 획득하는 창조적 주체이다. ‘다중’은 먹을거리에서부터 의료행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제국’의 자본주의적 삶권력(Biopower)에 창조적으로 저항할 줄 아는 삶정치적(biopolitical) 차원의 삶을 살면서, ‘제국’의 자본주의적 발전을 가능하게 한 ‘공통적인 것(commons)’의 사유화에 저항한다. ‘다중’은 ‘공통적인 것’의 확산을 위해 협동하며, 억압받는 ‘다중’을 위해 함께 집단적으로 그러나 자신의 ‘특이성’이 부여하는 창조적 역능에 입각해 ‘제국’에서의 ‘글로벌 시민’의 권리, ‘사회적 임금’의 권리, ‘공통적인 것’을 ‘재전유하는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산노동’의 주체이다.



‘공통적인 것’의 공유와 ‘산노동’의 삶


네그리는 1970년대 자본의 노동자 착취 수단인 ‘노동’의 거부와, 자신의 노동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자본이 아닌 ‘다중’ 자신에 의한 ‘자기-가치화’의 강령을 강조하던 ‘아우또노미아’ 시절에 지나치게 과격한 ‘붉은 여단’이 저지른 정치적 테러 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1979년에 이탈리아 감옥에 감금당한다. 이번에 갈무리에서 출판한 『네그리의 제국 강의』는 네그리가 1983년 파리로 망명을 했다가 1997년에 고국에 돌아와 재수감 및 가택연금 생활을 끝낸 2003년에 자유의 몸이 돼 1년 반 동안 세계를 다니며 강연했던 강의록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은 네그리의 앞의 두 저서 『제국』, 『다중』에서 미진하게 설명한 부분을 현대의 사건들과 연결하며 더 상세하게 설명한 점에서 두 저서의 해설서 역할을 한다.


이 저서는 네그리가 당시 구상 중이던 『공통체』(2009 출간)의 기초가 되는 개념들을 상술하는 강의를 다뤘다는 점에서 『공통체(Commonwealth)』의 이해를 위해서도 필독서가 된다. 네그리는 『공통체』에서 ‘제국’의 희생양인 ‘가난한 자’들로 구성된 ‘다중’의 공화국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공통체’의 구현은 기존의 근대성의 발전모델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존체제를 일탈하고 탈주하는 ‘괴물’ 혹은 ‘잡종성’으로 상징되는 창조적 ‘다중’의 혁명적 투쟁으로 가능한 것임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다중’의 이런 혁명은 물리적인 테러의 혁명이 아닌, 특이성으로 구성된 ‘다중’들이 제국 내에서 관계적이고 협동적인 비물질노동을 통해 점점 더 ‘공통되기(becoming-common)’의 삶의 구조를 가지게 돼 평등성과 자유가 확대되면서 가능함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 신간을 통해 현대의 ‘제국’ 내에서의 해방은 언어 및 지식정보 같은 ‘공통적인 것(the commons)’들이 더 공유화되고, ‘산노동’이 ‘다중’의 삶을 부유하고 평등하게 만들 때 획득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 저서에서 네그리는 자신이 마키아벨리-스피노자-마르크스의 철학에 기초한 공화주의자임을 밝히면서, ‘마르크스를 넘어선 마르크스'라는 그의 저서가 암시하듯이, ‘제국’의 주권성을 이해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는 운동과 투쟁들의 관점에서 재발명되고 개조돼”야 한다고 말한다. 네그리는 “마르크스주의의 창조적인 재검토를 혁명적인 삶정치 개념”과 연결해 “우리 모두가 함께 인간의 [창조적] 재생산을 위해 구축하는” 일에 동참할 것을 강조한다.


이번 저서는 G20를 개최하면서 ‘제국’의 무대에  더 깊이 들어간 한국의 ‘다중’들이 네그리와 하트의 삼부작 『제국』, 『다중』, 『공통체』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도서가 될 것이다. 필자는 네그리가 절대민주주의, 즉 ‘모든 사람들에 의한 모든 사람들을 위한 통치’, 다중에 의한 ‘세계시민적 통치(cosmopolitan politics)’ 및 ‘다중’의 전지구적 민주사회라는 포스트사회주의적 강령을 강조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성숙한 세계시민으로서의 비전을 획득하게 도와주는 이 저서의 출간을 환영한다.




   
 
 
 
신명아 경희대·영문학

플로리다대에서 영문학 박사를 했다. 라깡과 현대정신분석학회 부회장이며, 저서로는 『라깡, 사유의 모험』(공저), 역서로는 『독자로 돌아가기』등이 있다.










원문 링크 :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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