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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곽노완 선생님의 『인지자본주의』 비평에 대한 조정환 선생님의 답글입니다. 조정환 선생님의 블로그(http://amelano.net)에서 옮겨 옵니다. - 편집부



곽노완의 문제제기들에 대한 응답

 

곽노완의 서평과 관련하여 이론적 연대와 공감을 넘는 다음 세 가지 제기된 문제들은 내가 응답해야 할 것들이다. 형식과 수사를 제거하고 핵심에 대해서만 응답하면 다음과 같다.

 

1.

곽:

이런 점에서 비물질노동≒비정규직, 물질노동·육체노동≒정규직이라는 정식 그리고 비물질노동은 대체로 불안정노동이기 때문에 물질노동에 비해 더 많은 혁명적 잠재력을 갖는다는 도식은 더 세밀하게 논증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비물질노동 대 물질노동’이라는 자율주의의 개념틀보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내지 불완전노동) 대 무임노동’이라는 개념틀이 현대자본주의의 노동상황을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은 아닐까.

 

답:

1)비물질노동을 물질노동에 대립시키는 것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며 내가 아는 한에서 자율주의자들의 일반적 관심사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율주의의 개념틀이  ‘비물질노동 대 물질노동’에 있다는 독해는 사실에 충실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이런 독해가 나오는 것일까? 역사적 이행의 문제을 논리의  문제로 치환하기 때문이다. 물질노동의 헤게모니가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로 이행해 가고 있는 것이지 비물질노동이 물질노동과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양자의 역사적 차이/대립을 부단히 해소시키고 있는 것이 비물질노동 헤게모니로의 이행이다. 물질노동들이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 하에서 점차 비물질노동화하고 하고 있는 것이다.

 

2)물질/비물질의 구분은 노동의 질/내용에 관한 것이며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으로의 이행이라는 관점은 이 노동의 질의 재구성을 살피는 것이다. 이것은 정규 대 비정규 대 실업라는 고용 재구성 문제나 임금-반임금-무임금이라는 임금 재구성 문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는 별개의 것이다. 노동 문제, 고용 문제, 임금 문제는 각각 독립적이면서 상호연관된 문제들로서 고찰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3)비물질노동이 물질노동에 비해 더 큰 혁명적 잠재력을 갖는가? 혁명능력의 양적 크기를 놓고 양자를 단순 비교하는 일에 나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질노동이 헤게모니적일 때 물질노동자들은 큰 혁명적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물질노동자들은 조합, 정당과 같은 위계조직을 구축하여 국가, 자본과 투쟁했다. 1968혁명을 계기로 이 조직형태들은 무력해지고 개혁주의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물질노동의 전통적 조직형태들이 혁명적 잠재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점은 역사적 평가로서 타당하다. 그러나 물질노동자들 자체가 그러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비물질노동화는 물질노동 자체도 비물질화시키는 경향을 갖고 있고 이 과정에서 물질노동자 자신의 질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의 비물질화는 물질노동의 시대에 비해 혁명의 문제를 더 근본적인 것으로 만든다. 사회주의보다 코뮤니즘을 당면한 현실적 문제로 제기한다. 이것은 물질노동이 아닌 비물질노동의 과제가 아니라 물질과 비물질의 구분을 넘는 모든 사람들의 연합을 통해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헤게모니란 말이 영향력, 변용력의 흐름을 지칭하는 것이지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헤게모니는 특권을 지칭하지 않는다.

 

2.

곽:

인터넷과 통신 혁명이 통치권력에 저항하는 힘을 메트로폴리스에서 집약적으로 연결시키고 지구적인 연대를 가능케 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인터넷과 통신 혁명이 다양한 사회성원들을 ‘공통되기’를 통해 연합하도록 촉진해 누구나가 지도자가 되는 경향을 낳는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통신활동을 노동의 일부인 비물질‘노동’으로 환원하지 않고는 그러한 설명이 불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검찰, 국회의원, 경찰, 기자, 방송국고위직은 비물질노동자가 맞지 않은가. 그렇다면 비물질노동자의 혁명적 잠재력을 특권화시키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등등의 의문에 대한 답변이 궁금하다.

 

답: 

통신=소통은 비물질노동의 핵심중의 핵심이다. SNS로 대표되는 소통수단들은 다중의 혁명과정에 사용되는 우연적 주변적 도구가 아니라 필연적 중심적 도구이다. "검찰, 국회의원, 경찰, 기자, 방송국고위직" 등은 비물질노동자임에 틀림이 없다. 이 노동자층은 노동내용/질 때문이 아니라 위계의 사다리, 고용의 조건, 임금의 형태와 수준 등 노동 내용과는 별개의 조건들 때문에 다중의 공통망 에서 유리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로는 그것을 파괴하는 것으로 기능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 비물질적인 공적 사적 활동 영역들을 다중의 공통망 속으로 편입시키면서 재구조화하는 것은 다중의 혁명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로 된다. 

 

3.

곽:

또 마르크스와 비판적으로 대결하는 문제의식이 정당하다면, 네그리나 하트 등의 자율주의와 비판적으로 대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 아닐까. 이 책에서는 자율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대결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금융자본 문제와 국가 문제에 대해서는 네그리와 하트의 입장이 최근 들어 수정됐는데, 저자인 조정환의 입장도 그들의 입장변화에 따라 종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답:

1)'비판을 위한 비판'은 이전 시대의 비판적 지식인의 업무이지 나의 업무가 아니다. 나에게서 비판은 구성에 종속된다. 구성은 현실에 존재하는 긍정적 발전의 요소들을 새로운 혼종의 관계 속으로 가져가는 작업이며 비판은 이 과정에 수반되는 필수적 요소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맑스와 비판적으로 대결할 필요가 있다면 바로 이 역사적 구성의 관점에서인데, 자율주의적 운동은 자신의 전사인 노동자주의(오뻬라이스모)와의 비판적 대결을 통해 구성되어 왔다. 자율주의에 대한 비판적 대결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그것 역시 역사적 실천적 구성의 필요성에 의해 제기될 것이지 모든 것을 비판해야 한다는 비판주의적 논리 때문에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다.

2)금융자본 문제에 대해 네그리/하트의 입장이 수정된 바는 없다. 금융자본에 대한 사유가 깊이 진척되지 않다가 더 깊이 진척되어 그것을 공통적인 것의 착취형태로 파악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국가에 대한 입장 역시 수정되지 않았다. 국가형태를 코뮌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입장은 지속된다. 다만 정부에 대한 전술적 태도가 변했는데, 이것은 이론이 현실의 변화에 발맞추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현실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 중에 중요한 것은 훈육정치에서 삶정치로의 변화과정에서 정부가 삶 속으로 깊숙이 잠행하기 시작하여 삶의 운동에 가까이 다가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운동movement과 정부government의 관계에 재조정이 필요하다. 운동과 정부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지만 운동이 정부와 협정을 통해 진전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좌선회를 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같은 곳에서 운동이 정부와 협정을 통해 작용하는 것은 유익하다는 것이 하트와 네그리의 생각이다. 내가 보기에 이 가능성은 라틴아메리카를 넘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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