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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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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깨고 삶의 밑바닥까지


사회과학서적 전문 출판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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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일이 가장 쉬웠다.” 조정환 대표의 말은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유의 뻔한 거짓말과 다르다. 1980년대 말 박노해 시인과 함께 <노동해방문학>을 주도적으로 펴낸 그는 10년 넘게 수배생활을 해야 했다. 서창현 교수와 함께 갈무리(www.galmuri.co.kr)를 준비하던 1992년에도 그의 집 앞에는 늘 “안기부원들이 상주했다”. “활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공부를 하면서 내 생각의 변화라든지 같이 연구하는 사람들의 성과를 알리고 싶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세계화의 물결이 한국사회를 덮치고, 다른 세상을 꿈꾸던 많은 사람들이 떳떳하게 투항하던 그때. 족쇄를 차고 침묵을 강요당해야 했던 그에게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다는 절실함은 삶의 이유였다. “숨어 살며 할 수 있는 일이 출판이었다. 기부금 500만원으로 다른 출판사의 한 귀퉁이에 책상 하나 놓고 시작했다.” 1994년에 출판사 정식 등록을 했지만, 감시를 피하는 일은 만만찮았다. “원고청탁도 관악산이나 북한산에서 했다. 바위에 돗자리 깔아놓고 김밥 먹으면서. (웃음)”


1994년에 이원영이라는 가명을 써가면서까지 어렵사리 번역한 크리스 하먼의 <동유럽에서의 계급투쟁>,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오늘날의 노동자계급>은 대학가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3300부 정도 팔렸다. 사회과학서적 출판이 퇴조하는 시기였던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잘된 거다.” 옛 소련을 국가자본주의로 해석해서 비판하는 국제사회주의 이론가들의 저서는 사회주의권의 도미노 붕괴 이후 각광을 받았다. 지금까지 80여권의 단행본과 20여권의 잡지들을 만들어온 갈무리는 1995년부터 이탈리아 아우토노미아(자율) 운동을 대표하는 안토니오 네그리의 책들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이름을 얻었다. “삶의 밑바닥으로부터 정치를 끌어오는” 네그리의 이론에 빠져든 그는 본인이 직접 지은 <아우또노미아>를 비롯해서 <혁명의 시간> <다중> 등을 펴냈다. “1990년대에는 많이 펴내지 못했다. 적게는 3권, 많으면 6, 7권 정도. 이젠 억압적 조건 때문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지출할 필요가 없어서 그때보다 많이 출판한다. 돈 있으면 찍던 때와 달리 재정적 압박은 더 심하지만. (웃음)”


갈무리는 최근 들어 자율주의에 관한 책 이외의 사회과학서적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페미니즘, 포스트 식민주의, 생태 등에 관한 책들을 카이로스 총서라는 이름으로 펴내고 있다. 다른 사회과학 출판사들이 점점 줄어가는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또한 고립될 테니까.” 출판사 외에 웹저널 <자율평론>(www.jayul.net)과 다중네트워크센터(www.waam.net)를 운영하면서 온·오프라인과 연구공동체라는 삼각편대를 꾸리고 있는 갈무리 식구들은 책을 펴내는 일에만 자족하지 않는다. 조정환, 신은주, 오정민, 정현수 등 갈무리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은 FTA 반대집회 일정이 언제냐고 수시로 확인하곤 한다.



다시 권하고 싶다!


<시지프의 신화일기> 석제연 지음 | 2003년


“<시지프의 신화일기>라는 책은 저자인 석제연이라는 분이 제안을 해서 낸 책이다. 그전까지는 노동자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시, 소설 등을 주로 내왔는데 영역을 좀더 확장했다. 출판 당시 운동권 이미지를 벗기 위해 표지도 돈 많이 들여서 컬러로 멋지게 찍고 그랬는데. 지금 책고에 그대로 쌓여 있다. 선물용으로 증정하곤 한다. (웃음) 아우또노미아 총서나 카이로스 총서는 그래도 고정적으로 꾸준히 나가는 편이다. 사회과학서적은 멀리할수록 다시 읽기 어려운데 그런 독자들의 난점 해소를 돕기 위해 디알로고스 총서를 내고 있다. 조만간 가야트리 스피박의 <대담>이 나온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포스트 식민주의 이론가에 대한 이해를 위해 12번의 대담 내용을 담았다.”

2006년 12월 15일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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