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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빠띠스따> 서평 -박순성

아우또노미아총서 조회 수 1596 추천 수 0 2003.11.25 12:06:25
신자유주의의 신화를 벗기기.  
- 박순성

[IMF체제] 돌입과 당면한 경제위기 속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확산을 최고의 진리로 내세워온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6권의 책은 바로 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대항운동들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NEWS+]는 이 책들에 대한 포괄적인 서평을 통해 근대화와 세계화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온 우리에게 반성과 새로운 사고가 필요함을 지적하려 한다. 편집자 세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확산을 통해 수세기 전부터 하나의 원리에 따라 움직여 왔다. 경제영역의 산업화와 정치영역의 민주화를 한마디에 담아내는 [근대화]라는 말은, 자본주의가 인류사회 전체에 가져온 변화를 이상적으로 표현한다.

산업화는 지구촌 모든 곳에 발달된 소비문화를 보급하고 지구 전체를 하나의 소비공간으로 만들었다. 민주화는 개인의 정치참여와 자유를 누릴 권리를 사람들에게 부여했으며, 모든 사회가 민주주의를 표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20세기말에 이르러 인류문명은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근대화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 세계화는 인류 개개인의 삶을 보편화했다. 우리 역시 이런 세계의 변화에 맞춰 부지런히 따라 왔고, 수십년에 걸친 노력 끝에 제일 앞선 나라들을 바로 눈 앞에 두게 됐다. 우리의 경제성장은 하나의 신화였다.

그런데 갑자기 다가온 경제위기는 무엇인가. 정말 IMF가 권고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은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우리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가. 불안감은 우리로 하여금 세계를 돌아보게 한다. 자만심에서 자기 자신과 환상에 가득찬 미래만을 바라보던 눈을 돌려, 바깥을 바라본다. 그리고 놀랍게도 거기서 세계화의 다른 면을, 고통에 갇힌 더 많은 이웃들을 발견하게 된다.

인류의 삶을 보편화하는 세계화는 무엇보다 지구차원의 경제통합을 의미한다. 하나로 통합된 국제금융시장에서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초국가적인 금융자본이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를위해 금융자본은 모든 경제를 부채경제로 재편성하고, 국민경제는 외채상환의 늪에 빠져 국민국가 단위의 제도들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민국가 단위의 자율적 조정을 포기토록 하는 운명은 선진국과 후진국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그로 인해 후진국과 선진국이 겪는 고통의 내용은 다르다. 수많은 후진국에서 외채상환은 국민경제를 파괴하며 기근과 난민을 가져왔고, 심지어 학살까지 유발했다.

복지사회를 건설해 국민에게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던 선진국들도 대량 실업과 빈민들을 양산했다. 20세기 마지막 수년간 이뤄진 이런 인류의 비극은 [빈곤의 세계화](미셀 초스도프스키 지음, 이대훈 옮김, 당대)로, [세계화의 덫](한스 피터 마르틴-하랄드 슈만 지음, 강수돌 옮김, 영림카디널)으로 기록됐다.

이 책들은 21세기 초반 인류 전체의 불행을 예견케 하는 세계질서 재편의 뒤에 [신자유주의]가 신조로 작동하고, 그 전면에는 IMF라는 국제금융기구가 있음을 고발한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경제불황에 빠진 영국과 미국에서 태어났다. 탈규제화 자유화 민영화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강령은 [자본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선진국에서 선포한 후, 곧이어 세계 차원에서 경제질서의 자유주의적 재편이 필요함을 정당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IMF는 외채상환의 고리에 걸려 위기에 빠진 국민경제가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로 전환하기 위해 거쳐야 할 구조조정의 두 단계, 즉 단기적 안정화조치와 근본적 구조개혁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세계 어디에서나 균일해야 하며 자유주의 경제질서 이외에는 어떤 질서도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리를 절대명제로 내세운다. 단일한 시장으로 통일된 세계는 자유의 이름으로 세계가 하나임을 선포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를 고발하는 저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가 하나의 전체주의 세계임을 보여준다.

신자유주의 세계에서도 지배자는 폐쇄적이고 내부충원에 의존하는 소수집단을 형성하며, 미약한 구성원들은 철저하게 고립-분열돼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는 당연히 자유로운 개인이 참여하는 민주주의도, 경제와 사회의 문제를 조정해갈 정치도 사라지고 만다. 이제 고발의 목소리는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다양한 사상에 기초해 나타나고 있다. 위의 두 책에 덧붙여 [신자유주의와 세계민중운동](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편역, 한울)과 [성서의 정치경제학 :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대안](U 두크로 지음, 손규태 옮김, 한울)은 이런 다양한 목소리들을 들려준다.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에 대한 보고서와 고발기록에는 우리 이름도 오르게 됐다. 부채경제에 의존한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의 확장으로, 우리 삶의 근거인 자연의 파괴라는 절대적 파멸에 이르기도 전에 인간사회의 경제법칙으로부터 오는 파멸에 먼저 직면하게 된 것이다.

외채상환의 짐은 우리에게 외환위기를 가져왔고, 그것을 극복하기위해 우리 정부가 IMF와 벌였던 협상의 결과는 외환위기가 근본적으로 우리 국민경제의 전반적 위기임을 드러내 주었다. IMF는 원화의평가절하, 고금리, 긴축재정과 같은 전형적인 단기안정화 정책을, 기업합병-인수를 자유롭게 하는 자본시장개방과 노동시장 유연화정책을 포함한 장기적인 구조개혁정책을 요구했다. 이제 국민소득은 감소하고, 실업자는 거리에서 방황하게 됐다. 세계화의 허상을 쫓던 우리는 국민경제가 파괴되면서 빈곤이 지배하는 세계의 초입에 서게 된 것이다.

경제성장의 신화는 사라지고, 오랜 인고 끝에 얻은 민주주의는 껍질뿐인 국민국가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남았다. [경제 대공황과 IMF 신탁통치](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한울)는 이런 암울한 우리의 현실을, 우리 노동자들의 험난한 미래를 절망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앞이 안보이는, 국민경제의 파괴와 함께 적과 아군의 구분도 모호해진 새로운 싸움터의 극렬한 현장도 역시.

신자유주의 세계지도 위에 찍힌 작은 점,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정글에서 마야 원주민들과 사파티스타는 4년 넘게 NAFTA, IMF, 멕시코정부의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다. [사빠띠스따 : 신자유주의, 치아빠스 봉기 그리고 사이버스페이스](해리 클리버 지음, 이원영- 서창현 옮김, 갈무리)는 수평적-직접적 민주주의와 지역적 자율에 대한 전망을 갖고 인간적-자연적 삶을 위해 싸우는 인류의 한 소규모 공동체를 소개한다. 밀림 속의 이 작은 공동체의 투쟁은 신자유주의 세계질서 하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세계화 과정에서 파편화된 지구촌의 다양한 공동체들도 새로운 형태의 투쟁을 통해 세계적 연대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이버스페이스조차 자신들의 싸움터이자 연대의 공간으로 이 용하는 사파티스타의 행동은 인류공동체들의 진정한 세계화에 대해, 첨단과학과 자연적인 노동의 결합 가능성에 대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 한국사회에도 희망을 던진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와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항하는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상과 운동을 발견하면서 우리의 고통이 고립된, 그리고 유일하게 열려 있는 현실이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우리에게 몰아닥친 거대한 힘은 세기말의 지구촌을 혁명적 변화로 몰아가는 세계화의 압력, 분열화의 압력이다. 여기서 우리는 고립을 강요하며 자유 인권 민주주의에 반하는 신자유주의 강령을 거부하고, 공동체의 자율과 진정한 연대를 열어주는 길을 모색할 가능성을 찾는다. 근대화로 미화된 자본주의 문명의 이중성을 철저하게 반성할 시간이 이제 우리 앞에 놓인 것이다.

IMF 체제의 시작과 함께 수직적인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의 하층부에 들어가게 된 현시점에서, 여기 소개된 목소리들은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자만에 찼던 우리 자신을 반성하고 새롭게 나아가도록 요구한다. 이 모든 목소리들을 경청하자. 그러면 모두가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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