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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김정희 - <숭어의 꿈>(서평)

피닉스문예 조회 수 5787 추천 수 0 2004.03.19 01:54:56
숭어의 꿈
빛나는 책

기관지노힘  제50호  
김정희 (노동예술단 선언)  


사실 글 자체에 관해서는 내가 어쩌고 하는 것보다는 책의 앞, 뒤 그러니까 서론과 제일 마지막 글에 잘 나타나있다. '사람 냄새 뭍어난다, 따뜻한 글이다, 우리의 삶이다' 등등. 그것이 나의 느낌이던 출판사에서 의도하려는 것이던 읽는 사람들에게 이미 그 글에 대한 느낌들을 정해주고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책에 관해 이것저것 살을 붙여서 설명해 놓은 글보다 순전히 내 느낌을 몇 마디 적으려 한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일단 책이 얇았다. 생각보다 글자 크기도 컸고, 한마디로 부담없이 접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미 내가 이 앞의 문장을 과거형으로 썼기 때문에 알아챘겠지만, 동화 '정도로' 생각하기에는 조금은 무겁다. 물론 어렵다거나 부담된다는 말은 아니다. 어쩌면 너무나 가벼운 이야기들 속에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일상이 참 진지하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남편 옥바라지 해 가면서 사람들에게는 힘들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해버리는, 그렇지만 타자의 눈에는 이미 투사가 되어버린 해고자 가족. 좋아하는 사람에게 운동화를, 그것도 훔친 운동화를 생일선물로 줬던 것이 '하필' 긴장감 흐르는 농성장에서 떠오르는 것이나 해동이 엄마가 미래를 꿈꾸며 조금씩 모아온 200만원이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푼돈이 되어버린 것 등. 참! 귀여운 해동이도 있다. 어린 아이지만 누구보다도 애늙은이 같은, 눈치 하나는 빠른 우리 옆집 꼬마 아이.
너무나 일상적이고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삶들이다. 이런 이웃의 모습을 담담하게 엿보는 것도 생각보다 (물론 긴장감은 덜하겠지만) 흥미롭다. 하지만 이야기 하나하나에 대한 느낌보다는 책을 덮었을 때 느껴지는 메아리들이 오래 남는다.

숭어의 꿈을 다 읽고 나니,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하나 생각난다.
"옛날 어떤 마을에 교회가 하나 있었어. 그 마을 사람들 전체가 정말 믿음이 깊은 신도들이었지. 마을 하나가 아예 하나의 공동체였던 셈이야. 그런데 어느 날 가뭄이 아주 심하게 들었대. 마을 사람들을 비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다 해보았지만 비가 올 기미가 안 보이는거야. 결국 사람들은 교회에 가서 하나님한테 기도를 하기로 했어. 일종의 기우제지. 마을 사람들 하나, 둘씩 모두 교회에 모여서 기도하기 시작했어. 몇 시간 동안을 말이야. 그리고 교회 밖으로 나왔어. 어떻게 됐을까? 비가 왔을까? 그래. 비가 왔어.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지. 사람들은 기뻐하면서 서로 부둥켜안고 난리도 아니었어. 하나님이 신도들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신거지."
이게 이야기의 끝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 수많은 신도들 중에 정작 '우산'을 가져온 사람은 그 마을에서 딱 한명, 어떤 아이 한명 뿐이었어. 딱 한명, 어린 아이 하나 말이지.."

사람들은 흔히들 가슴과 머리가 세상에서 가장 멀다고들 말한다. 지금 내가 말하는 투쟁, 혁명, 이상, 정의… 나는 삶 속에서 이런 것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걸까? 머리로의 믿음일까 진실한 확신일까?
숭어의 꿈에 나오는 등장인물 하나하나는 그들의 삶 속에서 우산을 들고 온 '아이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덮는 순간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나는 비가 오는 순간 기뻐하고 있는 신도중의 한 사람일까, '우산'을 들고 온 어린 아이일까?…



태경

2004.03.19 01:58:54
*.245.18.166

기관지 <노동자의 힘> 50호(3월 5일자)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아래의 주소를 누르시면 이 글이 있는 웹 주소로 이동해요.
http://pwc.or.kr/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12&no=1506

이택진

2004.03.19 10:07:01
*.73.37.18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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