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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에 게재된 김이준수 님의 『금융자본주의의 폭력』 출간 기념 서평회 후기입니다!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22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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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를 권리로… 금융의 사회화가 필요한 이유

『금융자본주의의 폭력』 출간 기념 서평회


지난 5월 18일,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의 날. 서울 서교동 다중지성의정원에서 『금융자본주의의 폭력』 출판 기념 서평회가 열렸다. 크리스티안 마라찌의 책을 번역한 심성보 역자가 먼저 등장했다. 그는 책의 옮긴이 후기를 통해 할 말은 다했다고 입을 뗐다.
“이번 위기는 일련의 위기 가운데 있는 위기이다. 다시 말해, 오랫동안 지속되어왔고 십중팔구 앞으로도 지속될 위기이다. [2010년] 4월 2일 런던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위기는 폭력적인 위기, 정확히는 폭력적인 금융의 위기이다.”(p.12)
“원래 책에 없는 인터뷰(부록)는 따로 붙인 것이다. 본문 내용을 보완하면서 저자 입장을 명시적으로 설명한다. 본문이 엄청나게 많은 내용을 다룬다. 대중적인 책은 아니다. 논의를 따라가고 있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곤란함을 느낄 것이다. 일반적인 정치경제학 용어가 아닌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는 게 책의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금융용어가 난무해서 읽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6장이 후기인데, 이것을 보면 전체 내용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즉, 6장만 봐도 된다는 얘기다(웃음).”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에 위치한 금융화 현상을 오래전부터 주장한 마라찌의 책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원문 자체가 짧아 가벼운 마음으로 번역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글이 짧다고 깊이가 얇지 않다는 교훈을 던져주려는 듯, 번역 작업은 마냥 쉽지는 않았다.”(p.240)


신용불량자가 우리를 먹여 살린다!

역자가 보기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우리에겐 생소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곤혹스러운 것이라면, 우리 내부에서도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음에도 많이 유통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출발했지만, 심층적으로 들어가니 단순하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고, 전 세계적으로 위기관리에 들어갔지만, 위기는 유럽으로 전이됐다. 그것은 재정위기, 국가 채무위기 등의 형태로 드러났다. 연원을 살피자면, 책은 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이전 80년대 라틴아메리카 부채 위기까지 진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원인이 뭔지 좀 더 자세히 보자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70년대가 서구사회에서는 전환기다. 2차 대전 이후 케인즈주의 하에서 복지사회국가가 잘 나갔다. 그러다가 70년대 초 오일 파동을 전후해 미국 경제력이 약해졌다. 그때는 화폐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있고, 이윤율 저하로 여기는 사람도 있는데, 마라찌의 포지션은 약간 애매하다. 포스트 포디즘, 금융자본의 가속화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됐다고 본다. 정치경제학에선 축적률(성장률)이 높아지려면 생산(실물)자본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 마라찌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실물과 금융을 분리하는데, 그것이 모호해졌다고 여긴다.”

마라찌는 금융을 통해 실물이 성장한다고 봤다. 생산자본이라는 실물 부분도 금융화 됐다고 덧붙인다. 금융자본 몫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실물자본의 금융화도 도드라졌다고 봤다. 1980년대 레이거?대처 시대 이후의 신자유주의는 금융 부문에 보조금을 주는 형태로 나왔다. 국가가 직접적으로 금융 부분에 투자하기도 하고, 이런 체제는 가속화됐다. 금융이 모든 것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중반만 해도 인민에겐 노동자, 소비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됐으나 이즈음부터 부채를 지닌 채무자로서의 역할이 부각됐다. 마라찌에 의하면, ‘금융화 메커니즘’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금융의 역할이 지배적인 양식으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금융화에 대한 대안은 있을까?

“한국 사회에선 낙관적인 전망이 존재할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된 것은 일본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인데, 이 책에서도 다룬다. 주변 국가를 죽여가면서 환율전쟁을 하는 것이다. 언론에선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그건 대기업 이야기고, 중소기업에겐 그렇지 않다. 대기업이 이익잉여금을 쌓아놓고 있는데, 그걸 풀면 되지 않느냐. 저자가 볼 때 그렇게 될 리가 없다.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하면 주가가 떨어지고 투자자들, 특히 외국계 자본들이 항의를 한다. 국내 주주들에겐 외국 주주들보다 배당금을 적게 주기도 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주고도, 돈이 많이 남는다. 그러나 국내에 왜 투자하겠나. 해외 가면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대기업 팔을 비틀어도 소용이 없다.”

마라찌의 제안은 역발상에서 비롯된다. 맑스는 노동자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힘이고, 가치가 생산된다고 봤다. 마라찌는 관점을 전환, 우리를 먹여 살리는 사람은 신용불량자다. 채권자 아닌 채무자로서의 권리를 내세운다. 이에 역자는 책의 3~4장이 핵심 논지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마라찌가 주목받는 것은 밑에서부터, 할 수 있는 것, 가능한 것을 해야 한다. 마라찌는 사회적 투자를 하자고 말한다. 생태적, 교육적, 복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투자. 주장을 넘어 정치경제학적 논의를 내세운다.

“마라찌가 한국의 이론가, 활동가에게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하트와 네그리의 역할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논의를 전개하는지 짐작은 할 수 있지만 확인은 못했다. 또 아쉬운 것은 이 사람들이 대화를 건들 다른 쪽에서 잘 받아주질 않는다(웃음). 그 지형이 어디서부터 벌어졌는지 잘 모른다. 어쨌든 차분히 검토한다면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부채를 권리로, 금융 논리를 새롭게 전유하기

이어 권범철(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이 서평자로 나섰다.

“책 제목이 오해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부제(부채위기를 넘어 공통으로)가 저자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금융과 아닌 것을 구분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저자는 ‘외부에서 이윤율을 증대하는 장치’라는 표현을 했다. 이 외부는 어딜까. 생산의 영역이 공장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것, 삶이 사회적 공장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어떤 지역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 지역의 활동에 대해 말하는 것인데, 동네 예술가들이 모여 놀다가 주목을 받고 땅값, 집값이 올라가기도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누군가 투자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누군가 더 높은 돈을 주고 사줘야만 먼저 산 사람의 이익이 실현된다. 그러다 누군가 떠나기 시작하면 몰락할 수 있다. 여기서 저자가 진단하는 방식이 책의 핵심이다. 사적 부채를 사회적 지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권 연구원은 사적 부채의 사회적 지대로의 전환은 다중의 삶의 필요에 봉사하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금융의 논리를 다른 방식으로 전유하는 것. 개인의 빚이나 사회적 지대는 공유하는 것이라는 관점이다. 공공의 빚이면서도 그 빚이 살면서 꼭 필요한 공통재를 위한 것이라는 것.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빚의 형태이자 그 자체가 공유재다. 은행 채무를 국가 재정으로 갚아주는 것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는 형태로 가지 않고 은행의 빚을 갚아주는 형태로 간다는 게 문제다. 맑스가 『자본론』 3권에서 19세기 금융가 페레르를 ‘사기꾼과 예언가가 성공적으로 뒤섞인 캐릭터’라고 표현했는데, 그것은 신용 체계가 가진 이중성을 묘사하기 위함이었다. 저자도 그런 관점을 갖고 금융 논리로부터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있는 그대로 뒤집는 것에서 시작한다.”


금융자본주의의 폭력에 맞서 자본의 사회화로

엄진희 다중지성의정원 회원이 서평 발표를 계속했다. 그는 금융화의 기원이 어디냐는 부분을 재밌게 봤다. 공급 과잉이 금융화를 활성화했고, 금융자본주의가 실물경제에 기생하는 것이 아닌 자본 축적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라는 관점이 주목해서 볼 만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이야기도 언급한다. “자본주의가 처녀지를 착취하기 위해 정복하자마자, 그 처녀성을 제거해버리고 결국 자기 자신의 번영 조건을 고갈시켜 버린다.” 즉, 삶의 일상 속 전 생명의 과정에 거쳐 퍼져 성장한 금융자본주의는 점점 더 많은 공통재를 사유화하면서 식민화했고, 시종일관 자신의 종말이 그림자처럼 따라 붙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이런 위기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이 필요하다. 한 가지 질문이 있다면, 생태 공동체에 대한 내용이 있다. 위계가 없고 경쟁도 부정하는. 공동체를 상정하는 것은 하나의 ‘유토피아주의’라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과거에 유토피아를 실현하고자 했을 때, 수반할 수밖에 없었던 폭력도 있었다. 도시생활을 하면서 자연과 전원을 생각하는 게 이데올로그처럼 작동하는 게 많다. 무릉도원이나 유토피아주의 같은 걸 봤다. 생명자본주의가 파괴한 인간 생명의 존엄과 권위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자본의 사유화가 아니라 자본의 사회화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만성적인 신자유주의가 초래하는 불황과 실업, 비정규직으로 인한 인간의 기본권 침해는 결국 인간 사회를 병들게 하고 파괴시킬 것이다.”




Q&A

어떤 맑스주의자들은 마라찌가 말하는 금융화를 허깨비로 사고하기도 한다. 대신 실물경제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너무 후지다는 말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심성보) 많이 후지다(웃음). 20세기 들어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변했는데, 마라찌도 이를 해명하려고 시도했다. 정치경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 거지. 막상 현실사회주의의 판이 깨지니까, 이런저런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맑스주의 아닌 쪽의 정치경제학자들이 대처를 제대로 했느냐. 그런 것 같진 않다. 한 가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경제학에 화폐경제학이 따로 있다. 과거 소비에트 진영이나 공산주의 국가의 정책은 자본주의와 오십보백보였다. 현대 보수 우파가 내세우는 이론과 정책을 동구권이나 소비에트, 중국도 다 썼다. 이 책은 선언이라기보다 결과다. 마라찌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수십 년 작업하고 논쟁한 결과를 담았다. 이들의 입장이나 용어를 보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짐작 할 수 있다. 주류경제학을 포함해 경제학자들은 현실에서 어떻게 경제가 작동하는지 잘 모른다. 이들은 모기지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잘 몰랐다. 뒤에서 일어난 협잡도 그렇고. 다른 하나는 이 책이 새로운 이야기일까, 라는 생각은 많이 했다. 금융 부분의 현상에 대해서는 차이가 없다. 정치적 입장이나 방향 설정에서 갈리는 거지. 이 책 말고 마라찌의 다른 저서를 보면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에 대해 썼다. 이 책의 미덕이 있다. 금융 속성이 순환이 빠르고 위기를 가속화하다보니 70년 대 이후 계속 위기가 발생했다. 위기의 주기가 짧아지고 더 강화되고, 우리는 그런 위기 속에 사는데, 이 책은 금융이 거기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미덕이 있다.

금융 위기를 말할 때 대개 정치적 대안을 제시한다. 조절이론가들이 내놓은 대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공통적인 것의 사유를 해야 한다고 본다. 대안적 사유는 어디에 있을까?

없다(웃음). 조절학파도 결과적으로 정책적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의 장점은 똑같은 결론이라도 프레임을 바꿔준다. 공통적인 것은 사적 소유권을 다루는 것인데, 소유권의 문제가 아닌 공동선의 문제, 사회적 권리 등으로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론적이고 담론적인 투쟁을 전개한다고 볼 수 있다. 반대쪽에서는 G8, G20을 만들어도 구조적으로 위기는 터지고 또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충실한 이데올로그 빼고는 주류학자들도 모르지 않는다. 솔직하지 못해서가 문제다. 누구든 밑에서부터의 투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원칙적으로는 밑에서부터 일어나야 하나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만 봐도 뉴타운 문제나 용산 참사, 홍대 두리반 등 비극적인 사태에 대해 일관되게 논의가 진행된 적이 없다. 투쟁하고 성과도 있으나 적합한 이론적 근거나 언어가 없다. 사회적 유통이 되지 않는다. 잠재력과 달리, 결과적으로 사회적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뭔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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