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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 2019.1.10] 『자본』을 정치적으로 읽기 / 손보미(다중지성의 정원 회원)


기사 원문 보기 : http://www.munhwada.net/home/m_view.php?ps_db=inte_text&ps_boid=242


이 책의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해리 클리버는 『자본』을 노동자의 관점에서 서술된 정치적 글로 다시 읽자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읽자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 또한 분명해 보인다. 삶의 무대에 계급투쟁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이다. 계급투쟁!?


오늘날, 선입견 없이 '계급투쟁'이라는 말과 마주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말을 마주하면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감정들이 먼저 일어난다. 이를 입에 올리기는 더 어색하고 불편해져 버렸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이 책,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도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한다. '계급투쟁'이라는 말이 처한 상황은 그대로 마르크스의 책, [자본]이 처한 상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리 클리버는 책의 서론에서 『자본』 읽기의 역사를, 즉 오늘날 우리가 가진 선입견의 바탕을 그려 보여준다.


선입견: 계급투쟁


서론(1장)에서 저자는 『자본』 읽기의 지난 방법들을 보여준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이루어진 지난 과정을 서론의 내용만으로 모두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방법들이 불러일으킨 효과만큼은 놀랍게도 바로 알아차리고 공감할 수가 있다. 해리 클리버가 비판하는 『자본』 읽기의 지난 방법들은 모두 같은 오류를 범했다. 시작은 달랐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두 자본(지배계급)의 관점에서 『자본』을 해석해 버리고 말았다. 자본의 관점에서 『자본』 읽기는 맑스가 이야기한 '계급투쟁'을 상당히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고 끝내는 제거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동시에 『자본』에서 핵심적인, "노동자들의 자율적인 힘"이라는 개념도 지워 버렸다. 그들은 노동자를 혁명적 지도자나 당에 의해 교육되고 훈련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맑스주의 정통주의는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에 의해 주어진 해답과 연합해 왔다. 그 해답은, 노동자들이 각각의 노동자 집단의 특수한 경제주의적 이해관계를 넘어 계급 전체의 이익을 내다볼 수 있는 직접적 혁명가들의 전문적 당에 의해 교육되리라는 것이다." (136)


선입견: 노동계급


'노동계급'에 대한 딱딱한 정의도 '계급투쟁'을 불편하게 만들어 버리는 데에 큰 몫을 한 것 같다. 해리 클리버는 노동계급의 범주에 관한 문제를 책의 전반에 걸쳐 계속 들려준다.


노동계급의 범주를 매우 제한적으로 이해했을 때. 즉 '임금 노동자'로만 그 범주를 제한해 버렸을 때, 우리는 계급투쟁을 "사장님 vs 임금노동자"라는 특정 부문의 대립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노동계급의 범주에 가해지는 제한이 계급투쟁의 제한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편협한 대립 구도 안에서만 투쟁이 진행되면, 그 안에는 또 다른 위계와 분할이 일어난다. 어느 한 부문의 투쟁이 그 울타리를 넘지 못하면 "자본에 대항하는 실질적 통일(149)"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계급투쟁이 온전히 한 공장 혹은 한 부문에 국한된 노동조합의 주도로만 이루어질 때, 노동자와 함께 싸워야 할 조합의 간부들이 어느새 또 다른 지배세력으로 등장하는 아이러니를 우리는 일찍이 경험했다.


"자본은 분할하여 지배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투쟁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계급의 다른 부문들 및 그들 간의 상호연관, 특히 한 부문의 투쟁이 어떻게 상이한 부문으로 확대되는가에 대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투쟁의 유통, 즉 계급의 여러 부문의 투쟁이 연결되어 상호보완되는 과정에 의해서만, 자본에 대항하는 실질적 통일이 이루어진다." (149)


오늘날 착취는 결코 작업장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자본』을 쓸 때 맑스도 이를 예견했다. 자본에 의한 분할과 분할을 이용한 지배가 오늘날 우리 삶의 모든 조건을 뒤덮고 있다. 이는 '노동자'의 범주를 제한하는 선입견을 빨리 벗어버려야 하는 결정적 이유이다. 동시에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자율성을 토대로 모든 투쟁을 분석하고 실행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곧 『자본』을 정치적으로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비임금 민중들의 투쟁의 진화는 거듭해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용어들을 재정의하도록 이끌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여성, 학생, 농민과 같은 다양한 집단들의 자기 동원은 이전에 인식되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노동자 자율성'에 대한 실질적 전망을 함축했다." (33)


해리 클리버는 "자본의 분할에 맞서는 힘을 지닌 자율적 투쟁 조직"으로 노동계급을 다시 정의한다. 그리고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계급투쟁에 대한 평가에 착수하기 위해 (...) 계급의 자기 활동성"(150)에서 출발하자고 제안한다.


선입견을 넘어: 노동자들의 자율적 투쟁


"(계급의) 자기 활동성은 계급을, 자본의 기계장치 속에서 희생되는 톱니 이상으로 만들며, 계급적 이해관계에 대한 가르침을 필요로 하는 파편화된 대중 이상으로 만든다." (150)


맑스는 노동계급을 무자비한 권력 아래 있는 불쌍한 희생자들로만 그리지 않았다. 늘 무언가에 선동되거나 혹은 이끌어줄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수동적 집단으로 그리지도 않았다. 『자본』에서 그려진 노동계급은 새로운 생산 관계 속에서 태어난 주체들이었다. 엄청난 착취하에 놓여있지만 늘 그에 맞서 투쟁하며 체제의 변화를 주도하는 자율적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이는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노동계급의 자율적인 힘을 인식하고 있어야 비로소 잘 보이는 것들이기도 하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노동자 투쟁들에 관한 분석"등, 『자본』에는 맑스가 '노동계급의 자율성'을 보여주고자 했던 직접적인 예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핵심적인 개념으로 끌어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리 클리버는 말한다. 『자본』을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난 노동자들의 운동 자체에 놓았을 때만 "노동계급의 자율성'이라는 개념은 주목받을 수 있었다. 또한, 많은 이들이 다양한 노동자 투쟁에 직접 참여하거나 연대할 때 그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개념과 함께 '자율주의적' 맑스주의는 탄생할 수 있었고, 우리는 비로소 『자본』을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노동계급 자율성이 실제로 인정된 중요한 계기인 존슨-포리스트 경향으로부터 시작해 이탈리아의 신좌파의 새로운 경향들까지. 서론의 후반부에는 '자율주의적' 맑스주의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다.


선입견을 넘어: 계급투쟁


"나는 내가 맑스의 본래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그것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것은 맑스가 노동자들의 손에 무기를 쥐어주기 위해 『자본』을 집필했다는 것이다. (78)


『자본』을 오해한 지난날들이 있었다. 오해 속에서 『자본』은 노동자들의 무기가 되지 못하고 되려 자본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는 우리가 『자본』과 관련된 수많은 말, 계급, 투쟁, 노동 ... 등에 불편한 감정을 느꼈던 원인이기도 하다. 맑스는 자본의 물신화를 고발하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본의 신비화를 고발하는 『자본』이 신비화되어 버렸다. 해리 클리버는 바로 이 '어느 순간'을 고발하며 명쾌한 문장들로 『자본』을 자본에서 구해낸다. 선입견에 가려져 감춰졌던 말의 빛깔을 되살린다.


"맑스는 자본이 계급들의 사회적 관계라고 반복적으로 말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계급의 차원에서 소위 경제 관계들은 사실상 정치적 관계들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120)


"(...) 자본은 계급 관계이며 또 그 관계는 투쟁의 관계이다. 계급투쟁은 자신의 사회질서를 부과하려는 자본의 시도와, 자신의 자율적 이익을 지키려는 노동계급의 시도의 대립이다. 노동계급 투쟁은 자본주의 사회의 '경기 규칙'을 의문에 부치는 혁명적 행동이다. (...) 『자본』과 자본을 정치적으로 읽기는 노동계급의 전략적 행동이다. 투쟁을 초월하는 제3의 객관적 관점은 없다." (186)


『자본』의 정치적 읽기는 신비와 굴욕감 사이에서 흩어져 버린 노동계급의 자율적 힘을 일깨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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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해리 클리버 지음 | 조정환 옮김 | 갈무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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