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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2019.4.9] 누가, 왜 여성과 소수자를 두려워 하는가? / 문주현 (다중지성의 정원 회원)


기사 원문 보기 :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37501


“사람들이 이런 진부한 새로움에 끌리는 것을 아둔한 대중성으로 비판하는 것은 지식인의 자기만족에만 도움이 된다.” 109쪽


한국을 이해하고 싶다면 우선 무엇을 해야 할까? 오랫동안 앓아온 질문이다. 역사적 사건이 영화나 드라마로 재해석되는 시기에는 역사서를 뒤적이고, 매체나 사람에게 ‘핫한’ 주제를 다루는 실용서도 슬그머니 구매한다. 지식의 깊이가 얕다는 부끄러움으로 유명 학자의 이론서에 눈독을 들이고, 행동변화나 실천의 일환으로 대중 강의에 찾아가는 번거로움도 마다치 않는다. 그 번잡하고 단절적인 시도의 마디에서 느낀 혼란과 실망감. 책은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한국사회와 한국인들의 정동을 관찰하고 다시 사건과 현상에서 떠오르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그 정동을 해설한다.


“사실상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적자들’이라는 기이한 가부장적 혈통 계승의 서사가 소수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127쪽


1부 4장씩, 총 4부로 구성된 약 400쪽 분량의 책. 각 부와 장의 제목은 다루는 주제에 충실하지만 충분하진 않다. 책의 전반에 걸쳐 저자는 이론과 경험과 해설과 그 너머의 무엇을 총체적으로 논한다. 정치철학자들의 이론과 문화예술인들의 작품은 결합되고 해체되며 그 자체가 하나의 한국사회로 해설되기에 이른다. 부대끼는 한국사회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보수/진보의 이데올로기에서 트위터 해쉬태그 운동까지, 다시 법질서와 정책에서 문화예술까지 종횡을 막론하고 관통한다. 서사가 넘어가는 구간에는 문턱이 없고 독자로써 ‘나’는 읽던 문단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맥락에서 한참을 미끄러지기를 반복하지만 곧 그것이 한국사회에서 개인이 경험한 방황과 닮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폭력적 경험은 ‘현실’에서 사실적 세부를 휘발시키고 특유의 정동만을 남겨놓는다. 정동이 현실을 대체하고, 정동이 신체를 장악한다.” 287쪽


1부는 젠더와 페미니즘에 대한 오류 및 오래된 관성을 다루며 최근 부상한 여성운동과 여성권력의 논쟁점과 현상을 신체유물론과 젠더 어펙트로 설명한다. 2부는 영화와 문학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표상과 묘사되고 은폐되는 경계를 변화하는 한국사회의 신호로 인식한다. 이는 다시 정동과 여자떼 공포를 넘어 젠더정치로 수렴한다. 3부는 증강 현실적 신체와 부대낌의 복잡이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로 위안부를 주제로 개봉된 영화와 출판물,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파괴적 언행과 침묵, 폭력을 논한다. 4부은 대안으로써 공동체를 시도한 숱한 현장, 실험, 운동의 발자취를 아프꼼의 경험으로 빚어낸다.

각 부의 첫 장은 앞으로 전개할 주제와 영역에 대한 개괄적 설명이 이뤄지는 도입부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서사에는 문턱이 없고 각 장은 (한국어로 쓰여진 한국사회에 대한 내용임을 전제로) 아마도 한국사회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일 확률이 높은 독자로 하여금 강렬한 기시감과 생소함 사이에서 방황을 조장한다. 저자 역시 들어가는 말에서 “계속 나아갈 것인지, 이제 너무 멀리 나아가지 않는 것이 좋을 지”를 묻는다. 어딘가 멈춰서 한 구절을 깊게 생각해도 좋을 것이고 우선 밀고 나아가 책의 결말을 맞이하여도 좋다. 책을 통해 투영해본 ‘나’는 범람하는 힘이었고 파시즘적 정치활동에 휩쓸리는 개인이자, 부대끼는 정동으로 온몸으로 피로를 호소했다. 이 책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한국사회에서 ‘나’를 이해하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선의’가 관계의 구원이 될 수는 없다. 선의를 입증하려는 의도는 상대를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배타적 불한당’으로 전도시킨다.” 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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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 | 권명아 지음 | 갈무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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