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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pec.or.kr/webzine/html/view4.asp실업률 증가경향이 법칙과 '실업사회'  

글쓴이 : 신진욱(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서명 : 실업사회  저/역자 : 김만수  출판사 : 갈무리  2004.03.31 / 288쪽 / 13,000원

김만수의 저서 『실업사회』는 한국사회에서 점점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업률 증가 현상을 다루고 있다. 저자 김만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2001년부터 한국에서 고려대학교, 대전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사회학과 정치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이미 『리영희 - 살아있는 신화』를 저서로 출간한 바 있으며, 현재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번역하고 있는 등 아주 폭넓은 분야에 걸쳐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저서 『실업사회』는 ‘실업’이라는, 어떻게 보면 이제는 식상할 정도로 한국인들의 입과 대중매체의 지면에 흔히 오르내렸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저작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러한 신문지상의 고발성 또는 우려성 기사들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독창적 관점과 발견들을 담고 있다.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책은 창의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저자는 공식적 통계자료에 의존하여 실업에 대한 손쉬운 결론을 이끌어 내기를 거부하고, 실업을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만들고 있는 그 인간적 고통·재앙·절망들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접근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버전의 공식적 실업통계들의 허구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이러한 공식적 실업통계들에 의존해서 실업문제를 해석하지 않기 위해, 저자는 한편으로 방대한 1차 데이터들을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실업률 증가의 경제학적 원인을 찾아내고자 시도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실업, 준-실업 또는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는 수많은 ‘상대적 과잉인구’의 삶의 현실을 그들의 언어로 생생하게 표현해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신문 기사와 삽화, 인터넷에 게재된 자전적 서사들을 적극 활용하여 학문적 논증의 문맥 사이사이에 끼워 넣고 있다.
이 책의 두 번째 주목할 만한 특징은 실업률의 증가 및 감소를 사회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어서 그가 취하고 있는 독특한 접근법이다. 실업률의 증감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경제학자들은 경기곡선 또는 경제성장률을 실업문제와 결부시키는 경향이 있다. 즉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성장중심적 경제정책을 펼치고 새로운 산업영역을 개척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저자 김만수는 실업문제가 국민경제의 성장 또는 확장을 통해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가정을 비판하면서, 실업률의 경향적 증가가 오히려 기업들의 자본구성상의 변화 경향과 긴밀한 상관성을 갖고 있음을 입증하고자 한다. 즉 실업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경기가 위축되고 국민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구성상 불변자본에 대한 가변자본의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저자의 주장이 옳다면, 경제구조가 고도화되고 자본이 집중될수록 실업률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증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취업과 실업’에 대한 개념 정의와 공식적 통계자료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저자는 한국의 공식적 실업통계 산출방식이 사회문제로서의 실업과 커다란 괴리를 갖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의 공식 실업률 산출방식에 따르면 1주일에 단 1시간만이라도 일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취업’ 상태로 분류된다. 뿐만 아니라 육아·가사 등에 종사하고 있는 주부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어 실업통계에서 제외되며, 군인, 전경, 공익근무요원, 수감자, 외국인 등도 모두 통계에서 제외된다. 저자는 이러한 통계방식을 꼬집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위의 정의에 따를 경우 취업자가 되는 것은 상당히 쉽다. … 반면 실업자가 되기는 상당히 어렵다.”(29쪽) 그러나 뭐든 문제가 있으면 무조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상투적 비판방식에 저자는 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나 국제연합(UN), 그리고 미국·일본 등지에서 통용되고 있는 실업통계 산출방식 역시 실업 개념을 과도하게 축소시켜, 오늘날 전지구적으로 발견되는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공식적 실업통계에 대한 이러한 비판을 전개한 다음 제2부 ‘실업과 자본’에서 한국기업들의 자본구성의 변화경향에 대한 분석으로 들어갔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제2부에서 저자는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경제의 자본구성이 어떤 변화의 경향을 보여 왔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한편으로 저자는 농업, 광업, 제조업에서부터 전기·가스·증기업, 건설업, 도매·소매업, 숙박·운수업, 그리고 부동산·임대업과 오락·문화·운동 관련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부문들을 포괄적으로 조사했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본구성의 변화 경향을 비교했다. 이러한 방대한 연구로부터 저자가 끌어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즉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기업의 규모이지, 산업의 성격이 아니라는 것”(155쪽)이다. 즉 경제규모를 더욱 키워서 일자리를 만듦으로써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성장주의적 가정과는 정반대로,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게 될수록 전체 자본 가운데 가변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제9장 ‘실업률 증가경향의 법칙’에서 이 책의 핵심적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정식화하고 있다. “자본의 노동생산성이 증가할수록, 자본축적의 규모가 확대될수록,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 계속될수록,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될수록, 자본의 형태로 존재하는 사회의 부가 증가할수록, 한마디로 자본에 활력이 넘칠수록 위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상대적 과잉인구도 더욱 증가하게 된다.”(180쪽) 자본주의적 발전이 심화될수록 실업, 준-실업, 불완전고용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사회의 잉여집단은 점점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실업은 ‘비효율적 자본주의’ 때문이 아니라 고도화된 자본축적 단계의 ‘필연적’ 결과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실업률 증가경향의 법칙”이다.
『실업사회』는 자본의 집적·집중 경향,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 경향, 그리고 이윤율의 경향적 하락 법칙 등과 같은 맑스주의의 고전적 테제들을 ‘실업’이라는 작금의 한국사회 문제에 적용시켜 끈질기게 그 타당성 여부를 추적한 저작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 독자들이 가장 관심의 초점이 둬야 할 문제는 첫째 “한국에서 자본구성의 변화는 가변자본 비중의 경향적 하락이라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둘째 “그러한 자본구성의 변화경향과 실업률의 변화경향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실업사회』는 이 질문들에 대한 저자 나름의 대답을 분명한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수록된 ‘희망이 길이다’(231 ~ 284쪽)이다. 이 부록은 저자가 인터넷의 ‘백수만세 사이트’에서 수집한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이야기들은 일종의 자기기술(self-description)이자 자전적 서사(autobiographical narratives)들로서, 불안정한 생활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처지와 자기인식, 세계인식에 관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실업사회』는 자본주의 경제와 실업문제에 대한 국제적 토론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실업이라는 현상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성장의 실패에서 오는 사회현상 또는 비합리적 고용정책의 결과로 이해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미 1980년대부터 대량실업 현상이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필연적 결과이자 역행할 수 없는 경향성이라는 견해가 사회과학자들에 의해 표출되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로 앙드레 고르츠는 그의 ‘문화사회’ 이론에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된 사회에 걸맞게 노동과 여가를 재조직화할 것을 요구했으며, 클라우스 오페는 성장중심적 신보수주의와 분배중심적 사민주의가 공히 ‘완전고용’이라는 노스탤지어에 매달리고 있음을 비판해 왔다. 울리히 벡의 ‘시민노동’(Burgerarbeit), 제레미 리프킨의 제3섹터론, 다이언 엘슨의 ‘비시장적 노동모델’ 등도 모두 ‘실업사회’에 상응하여 노동과 여가를 어떻게 재조직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대안모델들이다. 김만수의 『실업사회』는 이와 같은 국제적 토론의 맥락 속에서 읽혀져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  
-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베를린 자유대 사회학박사.
- 논문 : "시민사회의 이론모델과 동시성의 문제"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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