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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408271647591&code=900106[글밭&책밭]자유는 정부에 앞선다는 신념의 삶

◇ <아나키스트의 초상> - 폴 애브리치/갈무리
◇ <아나키즘 이야기> - 박홍규/이학사

미하일 바쿠닌과 표트르 크로포트킨. 자본주의가 걸음마를 시작한 시대에 나름의 방식으로 인간해방의 가능성을 모색한 러시아 사상가이자 아나키스트다. 아나키스트를 단순히 무정부주의자라고 번역할 수 없듯, 두 사람은 부정을 위한 부정에 머물지 않았다. 아나키스트란 말 자체가 갖는 낭만적 아우라(Aura) 속에 설득력 있는 긍정과 전망을 제시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러시아인을 넘어서 세계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공통점은 더 있다. 지주귀족 출신이었지만 전업혁명가로 살기 위해 상속을 포기했다. 차르의 감옥에서 극적으로 탈출해 점차 신화를 만들었다. 이념적인 공통점은, 대척점은 아니라도 마르크스주의와 상당한 차별을 드러내는 곳에 위치한다.

노동자뿐 아니라 농민 등이 가담하는 사회혁명을 요구했다. 국가 없는 ‘천년왕국’을 즉시 실현하는 걸 찬성하면서 중간 단계의 어떠한 독재도 거부했다. 마르크스주의 핵심인 ‘노동자 독재’를 비판한 셈이다.

바쿠닌은 한때 모든 지식인 청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을 ‘전업혁명가’로 실제 활동하다 체포됐다. 러시아 지하감옥에서 6년을 지내다가 시베리아로 추방됐을 때 괴혈병으로 이빨을 모두 잃었다. 탈출에 성공한 바쿠닌은 시베리아를 거쳐 일본, 샌프란시스코, 뉴욕을 거쳐 유럽으로 돌아왔다.

바쿠닌은 아나키스트 그룹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변혁을 희망한 활동가 집단 내에서 혁명의 영감이었다. 즉각적인 혁명과, 지금 당장의 자유를 주창한 것과 같은 혁명의 낭만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슬 이외에는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는 ‘문명화하지 않고 소유를 박탈당했으며 글자를 모르는’ 농민·룸펜 프롤레타리아 등 대중 속에서 혁명역량을 파악하는 전략적 혜안을 보였다. 우리 시대 위대한 혁명이 비교적 발전하지 못한 국가에서, ‘더 밑바닥’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혁명 주력군으로 노동자·농민을 나란히 세운 중국혁명에서 바쿠닌의 예측은 실현됐다. 또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했다. 물론 그가 상습적으로 “임신 2개월을 9개월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을 받지만 ‘새 시대의 잉태’를 믿은, 진보와 자유를 향한 신념만은 누구도 폄훼할 수 없다.

“나는 한 인간이다. 실패하거나 구차하게 살거나 무능해지기 싫다”는 기분파 바쿠닌과 달리 크로포트킨은 “주위 모든 사람이 진흙 같은 빵 한 조각 때문에 투쟁할 때 고상한 즐거움을 누리는 게 옳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고뇌한 지식인의 전형이었다.

더 큰 자유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또 다른 속박을 불러들이는 어떠한 속임수도 거부한 자유영혼과 그 몸부림을 ‘아나키스트의 초상’에서 볼 수 있다. 아나키즘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젊은 정치학자 하승우씨가 번역했다. 1만6천9백원. ‘아나키즘 이야기’는 한국아나키즘학회 회장을 지낸 박홍규 영남대교수의 글을 모았다. 1만5천원.

〈안치용기자 ahna@kyunghyang.com〉
입력: 2004년 08월 27일 16:47:59 / 최종 편집: 2004년 08월 27일 16: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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