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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과거의 시간에 대한 시선과 형상화는 필연적으로 현재와 마주하고 있고, 동시에 미래를 향해 열려져 있다. 역사를 소설화하는 작업은 그 역사적 사건을 충실하게 재현해 내든지, 혹은 역사적 사건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재구성해 내든지 간에 그러한 시선을 던지고 투사하는 현재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메인페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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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는 나의 아버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히틀러, 파시즘 <볼프>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이종호(exodus00) 기자   
ⓒ2004 갈무리
'역사'라는 과거의 시간에 대한 시선과 형상화는 필연적으로 현재와 마주하고 있고, 동시에 미래를 향해 열려져 있다. 역사를 소설화하는 작업은 그 역사적 사건을 충실하게 재현해 내든지, 혹은 역사적 사건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재구성해 내든지 간에 그러한 시선을 던지고 투사하는 현재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그것은 과거를 말하고 있지만, 그 과거에 던져지는 시선은 늘 현재적이고 또한 미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1990년대 거대 담론의 급격한 몰락 속에서 탈사회적인 일상과 내면으로 침잠해 갔던 한국 문학은 최근 들어 역사와 사회적 개인의 문제를 소설로 형상화하는 흐름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90년대 이전의 역사와 사회적 개인을 형상화한 작품의 경향으로의 퇴행이라기보다는 90대 이전과 이후 모두를 넘어서기 위한 문제의식의 산물로 보인다.

한반도라는 근대적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로 혹은 멕시코로 확장되는 최근의 작품들은 물리적 배경과 소재의 확장에 머무르지 않고 민족·국가라는 근대적 문제의식을 넘어서거나 그와 갈등하는 모습을 소설적 형상화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경향 가운데 신예 작가 이헌의 <볼프>(갈무리 刊)는 1940년대를 전후로 한 일제 치하의 식민지시대를 다루면서 그 공간적 배경을 멀리 독일에까지 확장하고 있는 독특한 설정이 주목을 끈다.

식민지시대, 민족 모순과 자본주의 모순을 비롯한 여러 모순들이 중첩되어 있는 역동적 시공간으로 평가 내려지는 이 시대를 소설화하는 일반적 경향은 '나쁜 민족주의'와 '좋은 민족주의'와 대결이라는 이항 대립적 구도였다. 다시 말해, 제국주의와 저항적 민족주의와의 대결에서 저항적 민족주의에 모든 것을 투사시키고, 선(善)이라는 속성을 부과하면서 근대적 민족이나 국가의 회로 속으로 회수하고 결집하고자 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러한 이항 대립적인 낡은 틀을 반복해서 답습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기를 열망하는 테러리스트 윤덕한과 친일의 내적 논리를 갖춘 근엄한 아버지와 갈등하는 이헌영(일본명: 오오세 카오루)은 한반도라는 지평을 넘어 1941년 이국의 땅 독일 베를린에서 마주한다.

친일파 암살자와 친일파의 아들은 잃어버린 조국·갈등하는 아버지라는 '부재하는 아버지의 자리'를 찾아 메우고자, <마인 캄프(나의 투쟁)>를 경전처럼 떠받들고, 히틀러를 새로운 의붓아버지로 옹립하고 열광한다. 그리고 이 조선 청년들과 독일 청년 악셀, 미하엘, 안드레스가 함께 한다.

오이디푸스 삼각형의 부재하는 아버지의 자리를 채우고자 하는 욕망, 즉 민족·국가 완성에 대한 열망은 히틀러의 광기와 학살 앞에서 주춤거리게 되고 치열한 내적 갈등 속에서 의붓아버지에게 총구를 겨누고자 한다.

아버지 히틀러(볼프, Wolf)를 암살하고자 하는 다섯 명의 청년들은 또한 민족·국가라는 아버지가 되고자 열망하는 자신들을 발견한다. 볼프를 죽이고자 하면서 볼프를 열망하고, 스스로 볼프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스스로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외부의 히틀러와 투쟁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자신들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히틀러와도 치열한 투쟁을 전개해야 함을 깨닫는다. 작품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거시적이고 또한 미시적인 파시즘의 극복은 오이디푸스의 부재하는 아버지의 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삼각형을 해체하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근대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민족·국가라는 전망을 해체하고 넘어서고자 하는 탈근대적 문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작가의 욕심과 열정이 앞선 나머지 군데군데에서 작가의 목소리가 여과 없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다중 시점의 형식적 장치는 의도한 만큼의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영화와 같은 미려한 장면 묘사와 치밀한 심리 묘사는 소설의 흥미를 배가하고 있다. 또한 그가 제기하는 국가와 파시즘에 관한 문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독자로 하여금 꼭꼭 되짚어 보게 한다. 좀 더 원숙한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2004/02/02 오전 1:04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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