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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제연의 <시지프의 신화일기>는 신들의 세계를 엿보는 것에 그치는 ‘신화 안내서’가 아니다.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이 역사의 상처와 여성의 상처로부터 새살을 틔우는 신화적 상상력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신화에세이’이다.------>메인페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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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의 신화일기
리얼리즘의 경계에서 매혹적으로 현실을 녹여낸 신화에세이
석제연 지음/갈무리 펴냄/8천8백원
“‘사랑해요’를 ‘씨발놈아’로 가르쳐 놓고 예정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씨발놈아, 씨발놈아’를 외치게 했던 병사가 있었다. 작별의 눈물을 흘리며 ‘씨발놈아’를 외치는 여인과 연인 사이였던 그 병사는 예정된 이별이 두려웠을 것이다. 여인의 맹목적인 믿음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여인과 병사의 잘못된 대화는 가혹하다. 그러나 문학적으로 프리즘적으로 가혹할 만큼 아름답고 쓰리랑쓰리랑 눈물나는 사랑 이야기이다. 문학이, 소설이, 이야기가, 신화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석제연의 <시지프의 신화일기>는 신들의 세계를 엿보는 것에 그치는 ‘신화 안내서’가 아니다.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이 역사의 상처와 여성의 상처로부터 새살을 틔우는 신화적 상상력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신화에세이’이다.
신화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재탄생되어지고 굳어진 현실의 경계들을 밀어내며 미래가 들어올 틈새를 연다. 신화는 우리 시대에 살아 움직이는 현실적 삶이 된다. 신화를 차용한 소설로, 시로, 철학에세이로 문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어 흐르는 석제연의 <시지프의 신화일기>는 우리 삶을 다양하게 할 것이다.

문학과 리얼리즘의 위기

다시 문제는 리얼리즘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혹시과거로의 회귀가 아닐까? 그 구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까?
석제연은‘리얼리즘 너머’의 지평을 솜씨있게 엮어낸다. 장르의 파괴 위에서 ‘일기’를 쓴다.
그 ‘일기’는 매일 우리로 하여금 반성을 강요하는 훈육 장치로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한 모든 표현수단, 즉 시, 소설, 에세이에서부터 심지어 사진, 음악까지 사용하는 일종의 ‘설치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신화’는 그 리얼리즘너머를 열어젖히는 무한한 상상력의 보고인 것이다.

자유를 꿈꾸는 세상의 모든 언니들에게

한 가치 지향의 언어 세계가 한 몸에 집중적으로 구축되고 그러한 몸들이 격렬한 전장을 형성해 나가면서 양성 모두 포용해 줄 수 있는 제 3의 성을 구성해나가듯, 작가 석제연은 <시지프의 신화일기>에서 신에게 변명하기 위해 아내를 둔 그녀 시지프(제3의성)를 언어로써 포용하고 있다. 오늘 그녀에게 제 3의 성은 언어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리고 성해방이 사회적 삶을 광범위하게 정서적으로 재조직한다는 기든스의 말을 떠올린다면, 석제연의 <시지프의 신화일기>에서 신화적 상상력으로 해방된 언어는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작가의 말

“저는 언어 자체를 추상성이라 보고 있습니다. ‘모든 창작품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이유는 그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분이 잘 지적하셨는데 또 다른 장르의 개척이라면 개척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존에 일기문학이라는 장르가 없진 않았지만 저처럼 허구성을 많이 염두에 두고 쓰여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점에 있어 제 <신화일기>와 기존의 일기문학은 차이가 날 겁니다. 하지만 [신화일기]가 소설처럼 완전한 허구는 더 아닙니다. 묘합니다. 장르구분은 쉽지 않지요. 언어가 추상이라면 일기든 소설이든 언어로 쓰인 역사책도 허구로 보아야 하는데 허구와 실제를 명확히 가르지는 못합니다.”



하경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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