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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최신 무기를 동원한 이른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 미국은 낡은 화기에 의존하는 이라크를 3주만에 점령했다. 하지만 그 승전의 축포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라크 민중들은 게릴라 투쟁과 테러로 미국을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 지구제국 속에서 미국이 벌인 쿠데타가 점점 짙은 패색을 띠어가고 있는 것이다===> 메인페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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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호 [하반기동향] 학술 [(2003-12-05 18:41:10]

 

제국에 대항해 할 일


 

조정환 / 도서출판 갈무리 공동대표, 성공회대학교 대학원 강사

 

 

지난 3월 20일 최신 무기를 동원한 이른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 미국은 낡은 화기에 의존하는 이라크를 3주만에 점령했다. 하지만 그 승전의 축포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라크 민중들은 게릴라 투쟁과 테러로 미국을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 지구제국 속에서 미국이 벌인 쿠데타가 점점 짙은 패색을 띠어가고 있는 것이다.


<제국>(마이클 하트·안토니오 네그리 지음, 이학사, 2001)은 제국주의라는 관점으로 현대 세계의 갈등을 이해하기가 어려움을 분명히 드러냈다. <지구제국>(조정환 지음, 갈무리, 2002)과 <제국의 석양 촛불의 시간>(조정환 지음, 갈무리, 2003)이 제국론을 한국적 문맥으로 가져와 그것의 지역적 문맥을 드러냈을 때, 신자유주의적으로 지구화하는 세계사회를 제국으로 이해할 것인가 제국주의로 이해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점차 격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5일 맑스코뮤날레가 주최한 쟁점토론회에서는 이 쟁점이 처음으로 수백명의 참가자들의 주목을 끈 중요한 이슈로 다뤄졌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를 제3세계를 침탈하는 제국주의의 공세로 보는 손호철, 정성진의 주장과 그것을 인류적 삶을 착취하기 위한 제국의 군사적ㆍ금융적ㆍ경제적ㆍ정치적ㆍ문화적 행동으로 보는 윤수종, 조정환의 주장 사이의 대립은 맑스코뮤날레 웹사이트(www.commu-nale.net)와 웹저널 <자율평론>(jayul.net)에서 토론회에 참가했던 청중 및 네티즌들의 인터넷토론으로 이어졌다. 이 논의는 <네오콘-팍스아메리카나의 전사들>(이장훈 지음, 미래M&B, 2003)에서 제국을 누가 지배하고 있는가라는 해부학적 탐구로 이어졌고 <제국의 지배자들>(존 필머 지음, 책벌레, 2003)처럼 세계화의 참상을 고발하는 작업에 의해 보완되고 있다.


지난 9월 멕시코 칸쿤(Cancun)에서 열린 WTO 회담은 ‘죽음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세계 각지에서 온 다중들의 저항에, 특히 한국 농민운동가 이경해 씨의 자살저항에 직면해 좌초했다. 이것을 계기로 그간 침묵 투쟁을 해오던 멕시코 사빠띠스따들의 목소리가 다시 네트워크를 타고 한국에 신속하게 흘러 들어왔다. 이것은 제국의 구조나 양상에 대한 객관적 관찰을 넘어 누가 제국에 맞서 싸울 것인가라는 주체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10월 10~12일까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퍼블릭액세스 제3차 영상제와 초청강연회를 통해 사빠띠스따의 주체성을 구체적으로 조명했다. 10월과 11월은 다른 한편에서는 한진중공업의 김주익과 곽재규, 세원테크의 이해남, 근로복지공단의 이용석 등 정규·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신자유주의에 항거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로써 누가 그리고 어떻게 제국 속에서, 그것에 맞서, 그것을 넘어서는 투쟁을 조직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더욱더 절박해졌다. <아우또노미아>(조정환 지음, 갈무리, 2003)는 제국 하에서의 계급구성을 분석함으로써 ‘다중 자율’의 방향에서 이 질문에 응답하려는 체계적인 시도의 하나이다.


다른 세계를 갈망하는 희망의 몸부림들을 모두 전설과 신화, 혹은 꾸민 이야기로 돌려버림으로써 ‘더 이상 대안은 없다’는 자본의 생각을 대변하는 이데올로기적 시도들이 부상하고 있는 지금, 제국에 대항하는 주체성의 재구성에 대한 토론은 더 이상 유보할 수 없는 절실한 문제다. 그것이 우리를 정확히 한 세기를 건너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로 다시 인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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