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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3 제26호


신경제의 비판적 분석가능성

안토니오 네그리 외, <비물질노동과 다중>

이규원 / 정보트러스트
flatline@intizen.com

20세기 후반의 자본주의가 갖는 수많은 이름들은 각기의 함의와 상관없이 현재적인 자본주의가 이전의 산업자본주의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대표적으로 지식혁명의 전도사인 피터 드러커는 후기자본주의는 산업경제에서 지식기반 경제로 구조전환을 통해 이행하고 있다고 설파한다. 신경제론자들은 이제 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지식’과 ‘정보’이며, 지식정보자본주의는 새롭게 도래한, 피할 수 없는 ‘경제적 사실’이기 때문에 한국도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환에 맞는 전략들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반대로 이런 유토피아적 시나리오에 대해 많은 비판의 목소리들이 제기된다. ― 신경제로의 전환은 산업혁명과 같은 급격한 ‘단절’이 아니다. 첨단기술 산업이 현재의 자본주의 체계 내부의 생산력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일부분에 불과하며, 신경제는 과거와의 연속선 상에서 파악해야 하는 문제다. 그러므로 ‘IT강국’과 ‘창의한국’의 슬로건은 자본주의의 물적조건을 슬그머니 가리는 이데올로기적 장치이자, 지식정보자본주의라는 화용론적 효과를 발휘하는 자본주의적 착취의 세련된 수사다.

그렇지만 신경제에 대한 이와 같은 전형적인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현실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는 생각을 되풀이 하는, 너무 손쉬운 비판들의 비판적 효력이 이미 소멸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마도 그 이유는 신경제를 둘러싼 담론의 장에서 위의 상이한 입장들은 일견 첨예한 대립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들이 은밀하게 동일한 공통의 지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식정보자본주의가 새롭게 도래하는 현실이라는 신경제 담론의 입장과 신경제는 단순히 현재적인 자본주의 원리의 연속적 작용일 뿐이라는 비판적 입장은 지식정보자본주의가 현재의 새로운 ‘경제적 사실이다/아니다’라는 기본적인 전제를 둘러싼 논의 속에 둘다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반된 입장들은 모두 경제/문화를 이분법적인, 독립적 영역으로 구분하여 지식정보자본주의를 ‘경제’ 영역과 객관적 ‘사실’에 국한시켜 자본주의 분석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신경제와 그 비판은 쌍생아이자 사실상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다.
이 지점에서 고전적인 ‘경제/문화’ 또는 이와 동형적인 선상에 놓여있는 ‘생산/소비’, ‘노동/여가’의 이분법적인 틀이 아직도 어느 정도 효용성이 남아있는지를 자문해봐야 한다. 신경제와 지식정보자본주의가 ‘지식’과 ‘정보’의 자본적 가치를 생산한다고 주장하며, ‘지식노동’과 ‘정보산업’, ‘창의경제’라는 개념을 제시할 때, 이것을 단순히 실제적인 경제적 범주이거나 혹은 문화적으로 구성되는 이데올로기적 담론이라고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반대로 그러한 구분과 범주 자체가 현상을 파악하는, 대상을 담론적으로 구성하는 하나의 인식론적 전략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경제 담론은 ‘지식노동’을 통하여 이전의 ‘산업노동자’와 새로운 ‘지식노동자’를 구별하고자 하고 경제학은 끊임없이 문화나 사회의 이름으로 경제/문화를 구별하여 지식정보자본주의의 ‘경제’ 영역을 분리하여 구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지식노동’ 또는 경제구조로서 ‘지식정보자본주의’는 객관적 실재를 과학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이러한 현상들을 분절하는 인식행위일 뿐이다. 이미 거기에는 전통적 산업노동과 지식노동이, 그뿐만 아니라 정서적, 감정적, 미적, 상징적 노동이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뒤섞여 있는 현상과, 과학적으로 파악가능한 합리적인 경제행위 ― 자본투자와 가치 및 효용산출 ― 와 지식노동자를 요구하는 노동주체성과 사회적인 권력관계가 뒤섞여있는 현상들이 주어져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비물질노동과 다중>이 제시하는 ‘비물질적 노동’과 같은 용어는 경제/문화의 이분법에 근거한 비판적 자본주의 분석들이 실제적으로 분석할 수 없게 된 현상들에 대해 대응하는 방식으로 개발되는 논의들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비물질적 노동은 ‘물질적’ 노동에 대비되는 개념이 전혀 아니라고 봐야하는데, 이것은 현재의 ‘노동’ 또는 ‘경제행위’라는 개념들로는 가시화되지 않는 행위들(지적, 정서적, 감정적, 미적, 상징적 노동 및 경제 등)을 가시화시키기 위해서 제시되는 개념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개념들은 물질적/비물질적 또는 경제행위/사회행위(경제행위 외부)의 이분법 자체를 탈피하고자 하며, 그러한 이분법들이 작동되지 않고 뒤섞여 있는 부분을 가시화하는 개념이다. 오히려 이처럼 그 이분법 자체를 의문시하고 벗어나려고 할 때, 필연적으로 ‘경제/문화’의 혼종적인 부분들이 분석대상으로 가시화되고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신경제 분석은 이러한 경제/문화의 혼종적인 부분들을 분석해낼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좀더 치밀한 경제적인 구조분석이 필요하다라는 손쉬운 비판과 대안은 어쩌면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주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만 남겨주는 ‘비물질적 노동’과 같은 용어 외에 이런 부분들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지칭할 용어들을 개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들에 대응하는 비판적인 이론적 틀과 언어는 아직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신경제의 비판적 분석에 있어 우리는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이론과 사유의 발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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