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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자가 본 음식과 몸의 문화사

‘음식’하면 한국인의 머리에 무엇부터 떠오를까? 아마 밥일 것이다. 하지만 패스트푸드(fast food)를 떠올리는 청소년도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선교사들의 기록을 보면 그 당시 우리조상들은 이웃나라 중국인과 일본인들에 비해 세 배 정도의 밥을 먹었다. 다른 국내기록들도 당시 성인 남성의 1일 식사량은 5홉이나 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현재와 비교해서 약 5배의 식사량이다. 한국인은 왜 이렁게 많은 밥을 먹어야 했던 것일까?

1960년대에 만들어진 흑백 영화들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밥을 많이 먹었는가를 알 수 있다. 밭에서 일하다가 들어와서, 혹은 논에서 일하다가 새참으로 먹던 밥을 보면 하얀 사기로 된 밥 사발에 보리밥을 하나 가득 퍼올려 마치 탑을 쌓은 듯 밥을 담은 광경을 볼 수 있다. 이걸 남기지도 않고 다 먹는다. 아이들 밥 사발도 이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왜 이렇게 그때 사람들은 밥을 많이 먹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활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오직 밥에서만 얻어야 했으니 한번 먹을 때 배가 터지게 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한 끼에 5홉의 쌀 분량을 먹었다고 한다.

얼굴에는 삶이 새겨진다고 했다. 문명의 발달로 이제 과거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는데 과거 한국인의 얼굴은 현대인과은 다른점이 있다. 과거의 한국인은 눈꼬리가 지금보다 훨씬 처져있고 턱과 광대뼈가 넓고 훨신 내려가 있다. 이런 이유는 과거의 한국인은 현재보다 약 3배정도의 많은 식사를 했고 반찬류 또한 질겼기 때문이다. 음식문화는 한국인의 외모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서양 사람과 한국 사람의 엑스레이 사진 두장을 놓고 장 길이를 비교하면,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 사람의 장보다 채식을 하는 한국 사람의 장이 30%가량이나 더 길다고 한다. 초식동물의 위가 여러 개이며, 장이 구불구불하니 긴 것과 같은 이치다. 식물성 음식에서 충분한 열량과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소장이 길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소장이 긴 한국인들은, 각종 나물이나 김치 반찬과 함께 밥을 많이 먹었다.

한 문화집단이 가진 식생활의 형태는 우선 음식물을 확보하는 생업경제의 양식과 관련되어 있다. 특정한 조리방법, 상차림, 식생활의 모습들은 누적된 역사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먹거리는 다양해 졌다. 하지만 역시 우리의 주식은 밥이다. 이것은 농경민족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라면 각기 자신들에게 맞는 물질을 먹고 자식에게 유리한 영향분으로 바꾼다. 사람들은 이러한 물질을 `음식`이라 한다. 이러한 음식은 세계 모든 사람들마다 다르면, 그들 환경에 따라 다른 형식을 취한다.

음식의 사전적 의미는 단순하다. 그것은 사람이 먹고 마시는 것이다. <음식과 몸의 인류학>은 우리 일상적인 삶 속에서 인류학을 아주 쉽고 명료하게 풀어가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인류학은 우리의 삶이다. 그리고 우리 삶을 유지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음식”이다. 그리고 그 삶을 살아가는 주체는 우리 ‘몸’이다. 바로 <음식과 몸의 인류학>은 음식과 몸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로 우리의 삶을 다시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음식, 즉 음식생산, 음식분배, 음식소비를 둘러싸고 있는 믿음과 행동에 초점을 두어 남자와 여자에게 주어진 그것들의 의미를 직접 고찰하였다. 다양한 문화에서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정 식(食)행동과 외모에 대한 생각을 비교문화적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문화는 우리 문화를 비롯하여 세계 문화에 이미 깊이 파고들어 있어 특히 의미가 있다. 또한 음식을 서로 주고받는 것은 모든 문화에서 매우 의미가 있으며, 남녀의 성별에도 깊이 얽혀 있음을 여러 문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저자는 식이장애, 신체불만족, 출산으로 인한 신체변화, 그리고 성 차이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을 위해 음식연구에 대한 문화비교적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여자들은 음식의 준비와 분배에 대한 자신들의 통제를 통해 어떤 파워를 얻고 잃게 되는지, 어린이들의 공상이야기 속에서 음식 이미지는 그들의 자아감에 관해 무엇을 전해 주는지 등 음식을 통해 우리가 신체와 성별, 우리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고찰한다.

사람들의 음식문화는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자연적인 환경, 즉 지형이나 기후, 토양, 수질과 사회적 환경인 종교, 관습, 생활과 규범, 가치관 등에 영향을 받아 형성한다. 한 민족 특유의 음식문화는 민족의 풍속이나 습관이 음식습관의 형태로 전통을 이어가면서 전승되어 지는 것이며, 또한 전통적인 것과 새로운 것이 혼합되어 또 다른 형태의 식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인류의 위대한 창조품의 하나인 음식(飮食)은 단순히 먹거리만이 아니라 인간생활의 문화현상 까지도 내포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동료(companion)란 빵(라틴어로 빵은 panis)을 함께 나누어 먹는 사람이다.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친척관계, 신의(信義), 우정의 표시이다(42쪽). 구(舊) 영어에서 ‘양육’(foster)은 ‘음식’(food)을 의미한다. 음식제공은 유아나 아동의 사회화와 인격형성에 가장 중요한 매개의 하나이다. “아기가 어렸을 때 겪은 것 중 먹는 것과 관련된 경험은 발달과정과 평생 지니게 될 인격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49쪽).

더나아가 저자는 ‘의미와 상징, 그리고 언어로서의 음식’을 말한다. 요리법, 음식과 관련된 금기. 음식의 상징성, 그리고 다양한 음식규칙이 있다. 한 민족의 요리와 세상에 대한 이해는 서로 결부되어 있다. 구조학자들에 따르면, 음식과 요리는 서로 협력하며 존재하고, 자연과 문화를 중재한다. “양생작물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먹을 수 있도록 변환시키는 과정에는 자연의 ‘문화화’가 수반된다”(54쪽). 음식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생물학적 생존에 절대적인 음식은 사회와 문화의 구성에서 무수한 의미와 역할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음식은 세상에 질서를 제공한다(60쪽).

저자는 빵을 통해 세상을 본다. “모든 음식과 마찬가지로, 빵은 경제적ㆍ정치적ㆍ미적ㆍ사회적ㆍ상징적 그리고 신체적 관련의 집합체이다”(67쪽). 이태리의 농촌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결코 죽지 않는다.” 가난은 빵마저도 없는 것이다. 최소의 웰빙은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했다: “적어도 우리는 빵이 있다.”

빵 만들기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적인 방법이었다. 여자들은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함께 일했다. “일을 하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서로 교환하고, 또 함께 혼합하였다”(74쪽). 그들은 반죽을 만들고 빵을 굽는 동안, 그 마을의 X-레이를 찍었다. 즉 모든 비밀은 다 드러났다.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죄를 판결하고, 면제해주고, 혹은 비난하기도 하였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사회에서 여자들은 항상 음식준비와 음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데 중요한 책임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산업화 이전이 사회에서 여자들은 음식을 생산하고, 가공하고, 분배하는 데 깊이 공헌하였다...  여성의 파워는 대개 음식의 파워에서 나온다”(94쪽). 엄마는 가족들이 언제, 무엇을, 얼마만큼 먹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엄마는 식탁에서의 사회적 관습을 통제한다. 식탁은 대체로 사회에서 옳다고 생각되는 행위와 가치의 소우주이다.

저자는 음식 연구에 대해 문화비교적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음식을 요리하고 먹고 먹여주는 행동들이 남자와 여자로서의 정체성과 그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도록 자극한다. 많은 가설과 해석들로 구성된 이 책은 가볍지 않다. 그러나 식습관이 남성과 여성의 주체성과 파워(power)를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관심있는 독자에게는 유익하고 흠미로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글/송광택(한국교회 독서문화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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