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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시인에게_3D(300).jpg


(기사 전문)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위한 파업 58일차 철도노조 조합원, 삐라를 만드는 문예선전 활동가, 최근 산문집 <젊은 날의 시인에게>를 발표한 시인 김명환.


김명환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시인을 꿈꿨고 마침내 1984년 실천문학사의 신작시집인 <시여 무기여>에 '봄'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이 되기는 했지만 ‘시인’이기보다 ‘문예선전활동가’로 살았다. 88년 월간 '노동해방문학' 창간 준비팀에 참여했다. 이듬해부터 문예창작부장으로 활동했다. 험한 세상을 바꾸겠다는 불타는 의지와 참여문학 작가로서의 삶을 일치시킨다. 자신이 만든 선전물을 "삐라"라고 불렀다. 혁명을 꿈꾼 듯하다. 현실 사회주의가 좌초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고통과 고독이 깊어졌는지 어쨌는지는 미뤄 짐작할 뿐이다.


93년 철도청 오류동역 수송원으로 입사해 철도노동자가 됐고, 서울지역운수노동자회 기관지 <자갈>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자본주의 체제를 살아가는 노동자로서 세상은 아픔으로 가득했고, 한과 비애로 꽉 찬 답답한 곳이었으며 철도 현장도 다를 바 없었다. 변함없이 바꿔야 할 노동현장 중 한 곳일 뿐이었다.


2000년 ‘철도노조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기관지 <바꿔야 산다> 편집장을 맡아 3중 간선제를 뚫고 노조민주화의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 기여했다.


2001년 한국전력 민영화 추진 상황에서 발전노조 설립 당시 초대집행부 선거에서 이호동 선거대책본부의 선전물을 만들어 냈다. 이후 전력산업 민영화 저지의 역사적인 승리를 만든 발전노조 초대집행부 당선의 결정적인 공로자였다. 그 뒤 필자에 대한 호칭은 어린 시절부터의 별명인 ‘호동왕자’다. 소싯적부터 썩 좋아하지 않는 별명이지만 당시 호동왕자에 대한 선전물의 반향이 폭발적이었으니 씩 웃고 만다. 그는 발전노조가 38일 파업 후 현장에 복귀할 때 발전노조 게시판에 ‘프로메테우스의 눈물’이라는 명문을 남겼다. 그중 일부를 공개한다.


"2002년 4월6일,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38일의 총파업 투쟁을 슬프게 마무리하고 복귀하는 발전노동자들의 시린 어깨 위로 하루 종일 프로메테우스의 눈물이 내렸다. '세상의 빛'을 만드는 발전노동자들은, 프로메테우스의 후예 발전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프로메테우스와 함께 울었다. 그들이 흘린 눈물이 '슬픔의 내'를 이루고, 마침내 '분노의 강'을 이뤄, '희망의 바다'에 이를 때까지 절망하지 말자. '판도라의 상자' 제일 밑바닥에는 '희망'이 감춰져 있다. 재앙의 밑바닥에 '희망'이 감춰져 있음을 잊지 말자. 누가 감히 제우스에 맞서 불을 훔치겠는가. 누가 감히 정부에 맞서 '세상의 빛'을 지키겠는가. 프로메테우스가 없었다면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암흑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발전노동자들이 없었다면 '도둑처럼 다가오는' '민영화의 재앙'을 몰랐을 것이다."


삐라쟁이 김명환은 파업 50일차를 앞둔 11월14일 철도노조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1944년 필리핀 루방섬에 배치된 일본군 장교 오노다 히로가 74년 구 일본군 직속상관의 투항명령을 받고 나서야 항복한 것에 빗대어 철도 사장 ‘홍순만의 전쟁’이라는 글을 썼다.


“오노다 히로의 전쟁에서 우리는 '제국주의의 망령'을 본다. '홍순만의 전쟁'에서 우리는 '관료주의의 망령'을 본다. 국정농단 세력의 샤머니즘정치와 정경유착 그리고 관료주의가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실이라면, 철도노동자는 단결해야 한다. 파업 조합원이고, 파업 불참 조합원이고, 비조합원이고 간에 철도노동자라면, 이 부끄럽고 치욕스런 샤머니즘정책, 청부정책의 집행을 중단시켜야 한다. 외면과 방관은 묵인이고 방조다."


그는 자신의 눈과 혼을 혹사시키며 만든 선전물인 삐라를 ‘아름답게! 정확하게! 멋지게!’ 제작하려고 한다. 1년에 시 한 편씩 써서 10년에 한 번씩 시집을 낸다는 삐라쟁이 시인. 시집으로 <우리를 헤어져서 살게 하는 세상은 있다> <어색한 휴식> <첫사랑> 등이 있다. 그의 역작인 ‘마침표’는 "언제부터인지/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마침표를 찍어 놓고/ 지웠다 찍었다/ 새운 밤도 많았지만/ 언제부터인지/ 시가 갇혀 버릴 것 같아/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고 노래한다. 삶과 시의 마침표를 고민한다니 변함없이 멋지다.


이번에 삐라쟁이 시절의 이야기를 산문집으로 냈다. 수익금을 투쟁기금으로 쾌척한다는 <젊은 날의 시인에게>.


"나는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스스로를 바꾸며 살았다/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어렵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이렇게 먼 길을 돌아/ 몸과 마음을 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살아온 날들을 되돌리기엔/ 너무 먼 길을 걸어왔다/ 날은 어둡고 바람은 찬데/ 너는 아직도 거기/ 황량한 벌판에 서 있느냐/ 젊은 시인아."


후기에는 “돌이켜보면, 무슨 대단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삐라만 안 만들었으면, 그 정성과 그 노력으로 글을 썼으면, 빛나는 시 한 편 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그 삐라들이, 그 삐라를 만들고 뿌리던 시간들이, 내 빛나는 시였다는 걸 알았다”라고 썼다. 젊은 날을 치열하게 살았고, 변함없이 싸우는 철도의 늙은 노동자. 그대는 우리 시대의 멋진 삐라쟁이 시인 김명환.



2016년 11월 23일
매일노동뉴스
이호동(노동자투쟁연대 대표)

기사 원문 링크 :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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