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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문)


최근 다방면에 걸쳐 논의되고 있는 공유, 공유물, 공유 경제 등에 대해 생각해본 직접적인 계기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3년 전 발표된 이 곡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게 된 것은 단연 유튜브에 업로드 된 뮤직비디오와 그로부터 파생된 패러디 영상 덕분이다. 흥미로운 것은 싸이 측의 초기 대응이었다. 그들은 국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던 <강남스타일>의 패러디 영상을 해적(pirate)으로 판단하고 사운드를 제거하도록 조치했으나, 이후 웹 2.0의 파급력을 감지했기 때문인지 <강남스타일>의 복제 및 공유를 허락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한편의 뮤직비디오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사유물에서 공유물로 그 성격이 변모했던 것이다.


어쩌면 나처럼 우연한 계기로 공유에 대해서 생각해본 독자라면 환영할 만한 책, 데이비드 볼리어의 ≪공유인으로 사고하라≫가 발간되었다. 이 책은 공유[재](commons)에 대한 오해와 그것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를 바로 잡으면서 공유[재]를 재발견하는 동시에 그것을 일상으로부터 실천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공유[재]인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우리는 주변에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물, 대기, 광물과 같은 천연자원, 월드와이드 웹에 범람하는 다양한 디지털 자원, 시민이 공유하는 각종 도시 공간, 그 외 오픈 소스코드, 방송 전파, 헌혈 시스템, 위키피디아, 선물 경제 등. 


공유[재]의 ‘안내서’를 자처하는 이 책의 내러티브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공유[재]의 재발견과 개념화 2) 공유[재]를 수탈하는 국가 및 자유시장 논리에 대한 비판 3) 공유[재]의 실천적 방법론에 대한 소개 및 제안이다. 저자는 공유[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사회적 실천으로 연장 및 지속하려는 야심을 부러 감추지 않다. 그는 중앙 집중적인 관료제, 무소불위의 국가 권력, 무한 경쟁의 자유시장 및 신자유주의 등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와 같은 기존의 질서에 대항 혹은 그것을 대체하는 차원에서 공유[재]의 가치를 역설한다. 


저자는 공유재가 자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부터 강조한다. 앞서 우리가 언급했던 몇 가지 공유[재] 중에는 무형과 유형의 자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강조하는 공유[재]의 패러다임은 특정 자원의 집단적 혹은 사회적 공유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자원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일련의 관습, 규약, 체제까지를 포함한다. 이를 도식화하면, 공유[재]는 “자원+공동체+일련의 사회적 규약”이 된다. 물론 공유[재]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할아버지 세대가 과거에 경험한 공유[재]와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경험하는 공유[재]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듯이 말이다. 다시 말해, 공유[재]는 역사적으로 가변적이며 문화적으로 상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유[재]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데이비드 볼리어가 맞서는 상대 중 하나는 경제학에서 통설이 된 ‘공유지의 비극’이다. 공통의 목초지는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개개인에 의해서 황폐화된다는 것이 공유지 비극이 말하는 핵심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가설은 자유시장을 옹호하고 사유재산을 신성화하는 전략으로 뒤바뀐다. 저자는 시장의 가치를 옹호하는 경제학적 논리에 대해서, 실제 인류의 역사에서 공유[재]가 효과적이었던 사례를 제시함은 물론, 공유[재]의 개념 자체가 무임승차나 개인의 이기주의를 규제하는 관습이나 법까지도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저자는 오늘날 전 방위적으로 벌이지고 있는 공유[재]의 수탈을 촘촘하게 기술한다. 여기서 공유[재]를 수탈하는 단위로 거론되는 것은 국가나 거대 기업으로 이들은 공공의 재산을 전유하여 대중의 권리를 앗아간다는 의미에서 ‘공유[재]의 인클로저’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인클로저란 중세 유럽에서 지주 계급들이 공동의 토지에 울타리를 쳐서 사리사욕을 챙긴 사례다. 영국에서는 18세기 이후로 더 가속화되어 대대적인 기아와 빈곤의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경제학자인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에서 인클로저로부터 시작된 자유시장의 신화를 비판하면서 “인간들을 통째로 갈아서 무차별의 떼거리로 만들어버린 그 ‘사탄의 맷돌’”이라고 독설을 날린 바 있다. 폴라니의 진단은 지금도 유효해 보인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저자 볼리어가 제시하고 있는 국제적 수준의 대규모 토지 수탈, 물의 사유화, 식량의 기업화, 공공 공간의 국가적/기업적 차원의 수탈 등이 현대판 인클로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본다면, 공유[재]의 인클로저를 중단시키고 자유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실천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복해서 정의하자면, 공유[재]는 경제적 생산, 사회적 협력, 개인적 참여, 도덕적 이상주의를 하나로 통합한, 실현 가능한 패러다임이다. 저자는 공유[재]의 실천이 상향식, 즉 아래로부터 위로의 움직임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착민들이 외래의 힘이나 자본의 힘으로부터 스스로의 자원을 지키고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유대, 결속, 관습, 법 등을 지키는 것 등이 그러한 예에 해당한다. 보다 일상적으로는 자동차나 통근 차량을 공유하거나, 마을 가꾸기에 동참하는 등의 참여적 실천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시민적 차원에서 시작된 공유화의 몸짓은 국가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그것에 대한 처방전으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끝으로, 비록 이 책에서는 암시만 주고 있지만 나는 공유[재]가 ‘선물 경제’와 친족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호호혜의 원칙에 기반 한 선물 경제는 원시 사회는 물론 공동체 문화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났던 사회적 삶의 형식 가운데 하나이다. 선물 경제의 대표적 논자 중 한 명인 루이스 하이드는 공동체 문화와 선물 경제에서는 ‘가치(value)’ 보다는 ‘값어치(worth)’가 중시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을 따르면, 인류 역사 속 불변적인 가치의 중심에는 항시 값을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유[재]의 패러다임 내에서 인간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인 가치와 그것을 삶 정치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기대에 대한 응답을 듣기 위해서는 볼리어의 말마따나, “공유인으로 사고”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2015년 10월 29일

참세상

이도훈(문화연구자)


기사 원문 링크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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