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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2018.11.3] 파일공유, 어떻게 P2P 생산은 작동하는가? / 이정섭 (수의사)


기사 원문 보기 :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37348


첫 머리말에서부터 저자들은 이렇게 시위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에 대해 또 다른 비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탈자본주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대화에 기여하고, 어떻게 하면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13)


한때 유럽을 떠도는 공산당이란 유령처럼 이들은 무언가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전령을 보았다. 그 거창한 전령은 우리가 익히 사용하고 있는 P2P 현상이다. 저자들은 그 전령이 “점점 더 노동, 경제 및 사회의 일반적인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고 여긴다.


어떻게 이 현상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그 P2P에 대해 물어야겠다.


1. P2P란? Peer-to-peer의 축약이다. 그것은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두 당사자가 서로 동일한 능력을 갖는 의사소통 네트워크로 정의할 수 있다. 이미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기반의 파일 공유와 동의어로 사용된다. 저자들은 “P2P 생산이 자본주의 내부로부터 출현한 사회적 진보라고 여(13)”기며 또한 “P2P 생산이 보호하고 강화하고 자극하면서 진보적인 사회운동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다양한 측면을 가졌다고 생각한다.”(13)


이를 설명하기 위해 변모하는 자본주의의 유형을 4-시나리오 접근법을 활용해 설명한다. 함수 그래프의 x, y축과 4분면을 상상해보라. 먼저 y축과 유사한. 수직축으로서의 중앙집중식의 기술적 제어와 분산적인 기술적 제어를 구별하고, x축에 해당되는 영리추구를 위한 자본과 공동이익추구를 향하는 공유지를 구분한다. 그렇게 두 축으로 나누면 네 개의 사분면이 형성되는데, 이 사분면 각각이 현실 자본주의 유형들과 저자들이 P2P 생산 기반의 미래 시나리오에서 꿈꾸는 새로운 생산유형들을 설명해 준다. 즉 전자는 넷위계형 자본주의와 분산형 자본주의이며, 후자는 지구적 공유지와 회복탄력성 공동체들이다.


전자의 두 모델은 비물질적인 것들, 즉 지식과 문화, DNA, 방송파, 심지어 아이디어를 울타리치고 상품화하는 인지자본주의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저자들은 이 모델들을 신봉건적 인지자본주의모델이라 칭한다. 후자의 모델들은 “시민들이 지배하는 성숙한 P2P 생산의 가설적인 모델에 속한다.”(45) 저자들은 전자가 이윤 모델에 포섭되어 자체 내부적 모순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생산관계가 생산양식의 진화와 모순되지 않을 모델로 이행하는 것과 공유지에 기반한 목표를 상상하는 일은 필수적이게 된다”(74)고 강조한다.


이 책의 3부 이후 저자들은 P2P 생산의 가설적 모델로서의 공유지 지향 경제와 사회를 묘사한다. 보론에서는 P2P와 공유지 기반 협력 경제를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2. 이 책의 도식적인 4-시나리오 접근법의 설명 방식이 복잡한 현실의 자본주의 양상을 온전히 담을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은 책을 읽으면서 해소되는데, 우리 사회의 수많은 기업이나 협동조합, 공유지 기반의 기업들이 이 시나리오의 4분면에 놀랍게 잘 들어맞는다. 예를 들어 왼쪽 윗 분면 즉 넷위계형 자본주의의 분면에 저자들은 위에서부터 IBM, 구글, 페이스북, 테스크레빗, 에이비엔비를 그려 놓을 수 있다.(58) 저자들은 그들 사이의 차이와 유사함을, 해당 분면안의 상대적 위치 하에서 입체적으로 배치시켰다. 도식적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저자들의 이런 간단한 설명방식을 이해하면 이 책이 어떤 자본주의 분석서보다 우리의 현실 자본주의를 ‘핵심적으로’ 잘 정리해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의 이 도식이 핵심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간단치 않은 참고문헌들 때문인 것 같다. 책의 분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러 장에 걸쳐 구체적인 참고 문헌들이 예시되어 있다. 게다가 이 문헌 이외에도 소개된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있는데, 잠시 그곳을 돌아다니다보면 또 수많은 글과 영상들이 이어진다. 어찌 보면 현재 진형행인 무한한 참고 문헌들이다.


이 무한한 참고 문헌은 작은 이 책을 주장을 담은 활자화된 문헌이 아니라 탈자본주의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이 실천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유형의 삶의 양식을 직접적으로 마주칠 수 있다.


옮긴이 후기에서 역자들은 “P2P 이론가이자 활동가인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의 책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282)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처음이란 수사는 신선함과 연관된다. 하지만 이 책과 그 참고 문헌을 접한 후 우리는 역자의 처음이란 설명은 너무나 아쉬움을 담은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구글을 간단히 뒤져봐도 이들의 주장은 이미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늦게 번역되어 이제 우리나라에 소개된 공유지 기반의 P2P 생산이론은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가지를 뻗치며 요동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의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


3. 탈자본주의를 희망하는 많은 주장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공유지 기반 P2P 이론의 두드러진 특징은 가추법적 측면이라 생각한다. 즉 기존의 많은 탈자본주의가 도덕적 전망에서 선과 악의 대립 구도를 노정한다면, 이들의 주장은 다분히 실용주의적이고 윤리적이다. 그들은 지금 현재의 조건에서 어떤 미래가 우리에게 좋고 나쁜가를 감별한다. 이런 주장은 보론 2부에서 ‘P2P 생산의 내재적 측면과 초월적 측면’을 살피는 과정에서도 보여 진다. 초월성이 현재의 생산 조건에서 탈자본주의의 맹아로서 P2P 현상을 주목한다면, 내재성은 “P2P 현상이 자본주의라는 지배적인 정치 경제 내부에서 출현한다는 점과 자본주의 시장 참여자들이 P2P 생산 공동체가 창조한 가치를 간접적으로 포획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213)과 관련된다. 초월성과 내재성은 P2P 현상을 상호 규정하고, 따라서 P2P 모델은 현실에서 다양한 시장 적응 모델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저자들은 세 가지 정도의 적응 모델을 설명한다.


또한 P2P생산은 “곤충들이 지닌 역학(219)”으로서 “시장 역학이 각 개인이 지닌 이해가 집단적 이해와 결국에는 수렴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에 기반 한 것이라면 각 개인의 이해와 집단의 이해를 하나로 수렴하기 위해 고안된 체계”(212)이다.


바로 이 ‘적응’과 ‘수렴’의 체계로서 P2P 동학의 과정이 가추법적인 것이다.


P2P 생산이 가추법인 한,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정답 보다 ‘실험’을 요구한다. 저자들의 이 책 역시 이런 측면에서 다분히 실험적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실험이 어떻게 진실이 될 것인가? 우리의 행동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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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 미셸 바우웬스·바실리스 코스타키스 지음 | 윤자형·황규환 옮김 | 갈무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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