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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번에 군사작전이 시작된다:
어떻게 먼 곳의 상품이 더 싸게 되었나

데보라 코웬의 『로지스틱스』 (갈무리, 2017)



김상철 (전 노동당서울시당 위원장,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 이 서평은 2017.2.26.(일) 2시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열린 『로지스틱스』 서평회에서 발표되었으며(http://waam.net/xe/free/471187), 『진보평론』 71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우리가 물건을 사는 풍경을 그려보자. 급하게 필요한 것들은 동네 가게에 갈 것이나 대부분은 주말이나 퇴근 후를 활용해 대형 마트를 갈 것이다. 아니면 최근 인기인 온라인 쇼핑몰의 정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다. 대형 마트를 이용할 경우 택시를 이용하거나 자가용을 이용하던지 아니면 배달서비스를 쓴다. 동네 슈퍼만 하더라도 3만원이 넘으면 배달이 된다. 그곳에서 사는 물건은 어떤가. ‘국내에서 짠 콩기름’은 중국콩으로 만들어졌고 4개 만원하는 맥수들은 한국맥주를 제외한 해외맥주들이다. 간단한 생필품은 ‘메이드 인 차이나’로 바뀐지 오래 됐고 국내 생산 옷들은 고급 의류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서울에서 세시간 거리인 경상북도의 사과보다 바다 건너 들어온 바나나가 더 싸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주류 경제학은 이런 차이를 단순하게 비교 우위라는 말로 설명한다. 즉 옷을 3의 비용으로 만드는 나라가 있고 1의 비용으로 만드는 나라가 있다면, 3의 비용으로 만다는 나라는 옷을 만들기 보다 1의 비용이 드는 옷을 수입해다가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말이다. 물론 비교 우위를 설명하는 주류 학자들은 이런 비교 우위가 교차해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무역을 통해서 이익을 볼 수 있다 설명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복잡한 이론보다 솔직한 현실을 통해 확인된다. 그런데 탁자의 수치로 근사한 이 방식은 한가지를 빼먹었다. 만약 이동하는 비용이 3이라면 어떤가. 그러니까 생산비용은 2의 차이가 나지만 운송비가 3이 든다면 말이다. 당연히 비교우위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는 마찬가지로 대구 근처의 사과보다 필리핀에서 오는 바나나가 더 싼 이유는 생산비용의 우위를 넘어서지 않는 운송비 덕분이다. 동네 슈퍼의 배달 서비스가 3만원 이상인 이유 역시, 3만원을 판매하는 이윤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을 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경제는 결국 ‘운송’이, 그리고 ‘물류’가 그래서 『로지스틱스』가 떠받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책(데보라 코웬 지음, 권범철 옮김, 로지스틱스, 갈무리, 2017)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감정은 위의 사실들에서 드러나는 ‘위화감’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라는 느낌이었다.


경계선이 아니라 ‘홈’ 공간이라는 생각


『로지스틱스』의 주장은 언뜻 보기엔 낯설다. 부제인 ‘전지구적 물류의 치명적 폭력과 죽음의 삶’이라는 부제 역시 너무 거창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앞에서 이어진 생각들을 더 들어가면 이보다 더 적합한 부제는 없겠다는 생각이다. 작년 10월 10일 화물연대는 파업을 시작했다. 화물연대는 각종 항구에서 물건을 옮기는 화물차 운전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이다. 이들이 내건 주장은 ‘과적 차량의 화주 처벌’, ‘표준운임제 실시’, ‘통행료 전일 할인’ 등이다. 과적 차량이란 것이 정해진 중량보다 더 많이 싣는 다는 뜻이다. 당연히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표준운임제라, A에서 B로 이용하는 비용을 딱 정해놓자는 건데, 우리가 이용하는 고속버스나 기차도 정해진 요금이 있는데 이 역시 당연한 것 아닌가. 고속버스 톨게이트 등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화물의 주인이 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이런 당연한 일로 파업씩이나 했다. 그런데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주류 언론과 정부의 대응은 이상했다. 쉽게 나오는 반응이 경제 위기이고 기업의 한숨이다. 한국의 경제가 규정보다 더 싣고, 정해진 요금도 없이 주먹구구 요금제로 물류가 움직여야 건강한 것이고 기업이 웃을 수 있다는 말인가. 


데보라 코웬은 이 책을 통해서 현대 물류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설명하는 부분은 일종의 치외법권 공간으로서 ‘물류의 공간’이다. 2장에서는 두바이 모델의 확장판인 아시아태평양관문항로 계획의 다양한 측면을 살피고, 3장에서는 공장과 사회 사이에 존재하는 물류의 공간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노동을 통제하는지 다룬다. 그리고 4장에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례인 소말리아 해적이라는 현상을 둘러싼 주요 태도들을 살피면서 국제 물류환경의 독특한 구조를 해명한다. 개인적으로 2, 3, 4장을 관통하는 개념은 군사화와 홈Seam이라는 단어라고 봤다. 이를테면 물류의 시작점이거나 종착점인 항구는 탈국적의 공간이 되어 간다. 소위 편의치적 선박의 증가는 물류가 오가는 시작점과 종착점의 국적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제 3국의 국기를 선박에 내거는 행위만으로 배 위는 양 국의 법에서 비껴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홈이다(홍은 경계선과 경계선 사이의 공간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국경은 경계선의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홈으로 존재한다. 즉 바다 위는 육지와 같은 국경선이 없다. 베스트팔렌 조약의 역사적 의미가 분명한 국경선의 탄생이라고 한다면, 현대 물류가 가능한 배경은 분명한 국경의 경계를 지우는 것이다. 오히려 국경에 포함되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래서 국가의 법이 적용되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며, 이는 당연히 국익의 관점이 아니라 자본의 이익이라는 관점에 충실하다. 최대한 비용이 들지 않는 공간을 만듦으로서 이동하는 비용을 극단적으로 줄이고자 하는 전략이 바로 현대 기업의 로지스틱스다. 그러면 이것이 어떻게 유지될까. 여기서 여러가지 국가기구 중 유일하게 국경 밖을 지향하는 군사 기구의 역할이 나온다. 1장에서 로지스틱스의 개념이 군사적 개념이라고 설명하는데 그것은 단순히 개념적 어원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현대 기업이 군사화 되었다고 설명하지 않고 오히려 군대가 기업화되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래야 자본의 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자본주의 국가가 보인다. 


현대 자본주의의 군사화


이를테면 미국의 항만 파업시 군사력을 동원한 연방정부의 모습(3장)은, 화물연대 파업시 육군 군수부대를 동원한 한국정부를 떠오르게 한다. 소말리아 해적의 소탕이라는 미명하에 다양한 국가의 군인들이 파견됐다(4장). 그리고 다양한 항만에 적용되는 규율 역시 근대적 시민권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근대적 의미의 노동권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작년 한국 정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의 핵심은 1.5톤 이하 소형 화물차의 증차였다. 이 말만 놓고 보면 작은 물류를 효과적으로 운송하는 방안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물류 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법이다. 즉, 기업이 부담하는 물류비용을, 운송노동자들의 적절한 생존의 비용과 바꾸는데 정부의 정책이 작동했다. 왜 화물연대가 표준운임제를 요구했는지가 드러난다. 화물차를 늘리면 필연적으로 운임경쟁이 발생한다. 비용을 낮추는 방향의 경쟁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인데, 여기에 어떤 기준(운임기준)도 없이 밑으로의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노동자의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근대 자본주의 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역할임에도 물류라는 공간에선 이 기본권을 ‘진공상태’로 만든다. 


건설교통부에서 물류 담당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이제는 카이스트 교수를 하고 있는 홍순만은 국내 물류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세번째 사건은 국내 컨테이너 물량 수송에 차질을 가져온 화물 연대 사태다. “물류를 망하게 해서 국가를 망하게 하자”는 화물 연대의 파업사태는 외국 선사들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물류 수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홍순만, 거리의 종말, 2015)고 했다. 화물연대는 물류를 멈춰 국가를 멈추자고 했지, 물류를 멈춰 국가를 망하게 하자고 하지 않았다. 물류 노동자들의 주장은 물류를 작동시키는 노동자들을 갈아 넣어서 움직이는 국가를 멈춰야지만 노동자들이 살 수 있다는 절박함이다. 멈춤은 곧 망함이라는 홍순만의 시각은, 데보라 코웬이 5장을 거쳐 결론에서 ‘이동이냐 죽음이냐’를 슬로건으로 하는 UPS 후원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말하는 바와 일치한다. 다양한 동물들의 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이용해 다국적 물류기업인 UPS는 끊임없이 이동이 생존과 연결된다는 환상을 만들어 낸다. 이를 위해 도시 공간은 거대한 물류공간이 되고 이는 도시 로지스틱스를 로지스틱스’적’ 도시로 일반화된다. 


도시의 물류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교통정책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왜 대도시에 자동차 전용도로들이 만들어질까. 왜 급속전철이나 광역전철이 만들어질까. 그런 이동을 통해서 누가 이익을 보고 누구의 시간이 결국은 빼앗기는가. 그리고 그런 교통의 공간은 어떻게 관리되나. 강원도 평창군내를 운행하는 평창운수는 벌써 2달 넘게 파업 중이다. 대부분 국가의 보조금으로 운행되는 농어촌버스의 사업주는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 지급했다. 파업을 하자 평창군은 ‘면허’도 없이 전세버스를 동원해 노선버스를 대체했다. 현행 법률은 운송사업을 하려면 누구든 ‘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나 강원도는 파업이 ‘천재지변 등의 예측불가능한 사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체교통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파업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이렇게 극히 예외적인 법의 보편적인 사용을 통해서 무력화 된다.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퀴어의 힘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쉬운 책이 아니다. 뛰어난 번역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사용하는 전문적인 개념이나 활용하는 이론의 범위가 넓다. 또 보통은 생각하지 않는 물류 혹은 이동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낯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심코 ‘전제하는 것’들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고민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정말 권하고 싶다. 이것은 비단 현대 자본주의 구조에 대해, 주변에서 발견되는 물류 환경의 변화가 어떤 맥락에서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저자는 1장에서 물류라는 개념의 보편화에 가장 기여한 개념이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결론에서는 우리가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면서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 회복력resilience에 대해, 그리고 회복력의 이론적 배경인 생태계라는 개념을 문제시한다. 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활용하는 생태계의 개념에서 핵심은 시스템적 사고이고, 이것의 핵심적인 요소는 ‘동학’이다. 즉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 연결에 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순환이며 이런 순환이 바로 생태계의 회복력에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익숙하고 언뜻 진보적으로 보이는 이 사고방식에 직격을 가한다. 그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힘이 무엇이냐는 질문, 그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 회복불가능하게 통제되는 것들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통해서다. 그리고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생태계라는 비유가 간과하는 이동의 ‘힘’ 좀더 구체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는 권력’을 생략하고 있지 않냐는 비판을 가한다. 


여기서 저자는 퀴어이론을 가져온다. 즉 자연스러움에 반대되는 자연스럽지 않음, 안전함에 반대되는 난폭함, 생산에 반대되는 비생산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어, 뭐지’했던 놀라움이, 자본주의에 반대한다는 스스로조차 자본주의적 순환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깨닫음으로 이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물류라는 사례를 통해서 겹겹히 쌓여 있는 익숙한 사고방식의 경계를 깨는 지적 놀라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할 만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퀴어 이론의 입문서(왜 퀴어 이론이 필요한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로지스틱스라는 말은 19세기 군사사상가인 조미니 A.H. Jomini가 나폴레옹 군에서의 참모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전쟁술 개요>에서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이는 그리스어 어원인 logistikos에서 유래한 수학 용어로 ‘계산에 능숙한’이란 뜻을 가진다(정해원, 전쟁과 군수, 35쪽)고 한다. 이 책은 모든 것을 계산가능한 수준으로 넣고자 하는 로지스틱스의 폭력을 다루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진 않았지만, 5장에서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대이주’가 물류의 흐름에 대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도 흥미롭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불어 닥치고 있는 이주 반대의 우파적 흐름과 빗대어 보면, 물류의 흐름은 철새나 얼룩말의 이동처럼 자연스럽지만 정작 사람의 이동은 그렇지 않다는 어떤 역설적인 맥락 역시 이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 나왔던 동북아 물류 거점이라는 정책도 이 책의 관점을 차용하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 만큼 시의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말이다. 누어서 누르는 클릭 한번, 휴대폰 결제 한 번에 군사작전과도 같은 물건의 이동이 시작된다.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를 다루는 누와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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