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서문'에는 사이드의 삶이 시간 순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이드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이드가 1935년에 2백 만의 유태인이 사는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소수자로 태어났다는 설명은 사이드의 전체 사상과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자 서문'에는 사이드의 생애사 뿐만 아니라 주요 작품들의 설명도 시대순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망명은 사이드의 삶에서 상실과 창조의 이중주였다."는 표현은 좀처럼 잊기 힘든 말입니다.
이 책의 3장 제목은 「『문화와 제국주의』: 『오리엔탈리즘』 이후」 입니다. 『문화와 제국주의』는 1978년 『오리엔탈리즘』 출간 이후 15년 만에 사이드가 세상에 내놓은 탈식민 연구에 또 하나의 대작입니다. 『문화와 제국주의』는 『오리엔탈리즘』에서 펼쳐진 사유를 더욱더 확장하며,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과 사이드 자신의 실천적 대안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3장은 『문화와 제국주의』를 상세히 소개하고 분석, 비평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이드는 『문화와 제국주의』의 저술 목적을 밝히며, 자신이 이 책에서 행한 문학작품 비평은
19, 20세기의 고급 휴머니즘의 비평정신을 이어받고 있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과거 제국주의와 오늘날의 신제국적 지배 질서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외면하거나 희석시키려는 집단에 맞서서 문학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화와 제국주의』에서 사이드가 중요하게 사용한 "방법론적 틀"은 4가지 입니다.
T.
S. 엘리어트가 「전통과 개인의 재능」에서 제시한 "역사의식", 프란츠 파농의 탈식민 해방 전략, 레이몬드 윌리엄즈의 '감정의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사이드가 발전시킨 '태도와 관계의 구조', 『오리엔탈리즘』에서 이어지고 있는 미셸 푸코의 담론 이론, 지식과 권력, 규율과 감시
개념 등입니다.
사이드는 서양의 고급문화가 미국, 영국, 프랑스의 제국주의 문화와 결탁했다고 비판하며 크게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첫
번째로 모든 문화적 경험과 문화적 형식은 혼성적이므로 이러한 문화에 적극 개입하여 제국주의와의 관계를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러한 '혼성성' 속에서 제국적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해 서양 문학작품과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저항문학 작품을 번갈아 동시에 읽는 '대위적
읽기'를 세속적 비평가, 지식인의 대안이라고 제시합니다.
발레리 케네디는 이런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오리엔탈리즘』 출간 이후 제기되었던 비판처럼 사이드의 사유에는 '젠더'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하고, 여전히 서양 문학작품에 기대어 이뤄지는 그의 비평과 분석은 동양 문학작품을 배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의 분과화, 이론과 실천의 분리, 매체를 통한 지배 담론의 강화과 저항 담론을 약화시켰다는
사이드의 주장에는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