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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로서의 생명 Life as Surplus | 멜린다 쿠퍼 지음, 안성우 옮김 | 갈무리 (2016)


기사 전문 보기 : http://bit.ly/2vnqMX2M


호주 시드니 대학 사회학 및 사회정책학과의 멜린다 쿠퍼(Melinda Cooper) 교수가 쓴 『잉여로서의 생명: 신자유주의 시대의 생명기술과 자본주의』(안성우 옮김)는 이런 질문에 답하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줄기세포, 인체조직 공학,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연구 등 현대 생명과학기술은 그 형태는 다양할지라도 1970년대 이후 성장해온 신자유주의 정치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 저자가 보는 신자유주의 정치의 핵심은 흔히 말하는 공공영역의 민영화가 아니라 일상의 금융화다. 항상 불안해하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투기적 논리가 금융자본을 넘어 일상생활로 확장되는 것이다. 저자는 푸꼬(M. Foucault)의 생명정치 이론, 맑스 정치경제학, 과학사와 과학철학 등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이런 투기적 논리가 생명과학기술의 상상과 정치에서 작동하는 방식(저자가 “신자유주의적 생명정치”라고 부르는 것)을 그려내고자 한다.

제목 ‘잉여로서의 생명’은 유전자변형식물이든 인간배아든 ‘생명 그 자체’가 잉여가치의 생산지가 되는 현대 생명공학의 기획을 의미한다. 이 기획의 결과로 병충해에 저항성을 갖도록 유전자가 변형된 농작물이 거대 다국적기업의 소유물이 되고, 인간 제대혈에서 추출된 줄기세포가 각종 치료와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생명의 다양한 형태들이 잉여가치로 사용되는 이런 현실은 지금은 소위 ‘BT(Biotechnology)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저자가 1장에서 보여주듯이 이는 1970~80년대 미국의 특정한 정치적·경제적·법적 결정의 산물이다. ‘생명공학혁명’의 탄생을 다룬 역사연구들은 이미 많이 있지만, 저자는 이 탄생을 자본주의의 축적위기 대응과 연결시킨다.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에 걸쳐 미국은 경제침체를 겪었고 경제성장의 한계와 생태위기를 예견하는 보고서들이 줄을 이었다. 위기가 고조되자 석유화학산업(대표적인 기업이 몬산토)과 제약산업은 규제가 강화된 환경이나 의약에서 발을 빼고 유전자변형작물 같은 생물학적 생산으로 선회했다. 80년대 레이건 행정부는 이런 위기론에 대응하기 위해 생명공학에 연구비 지원을 늘리고 공공연구비가 지원된 연구결과물의 특허획득을 허용했다.


창작과비평
2017년 봄호 (통권 175호)
하대청(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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