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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문)


빚이란 것은 석기시대 때부터 인간이 서로에게 지웠던 것이다. 이유는 오직 하나다. 바로 생존이다. 처음엔 말 그대로의 개체와 집단의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빚을 지웠을 것이다. 마치 아프리카의 동물 무리들처럼. 이것은 다른 말로 유대이다.


우리는 도대체 왜 빚을 지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역시나 근원은 생존이다. 어마어마한 이자를 물어야 하는 사채를 쓰는 것도 결국은 ‘나’ 자신이 필사적으로 살아남고자 하기 때문이다. 빚은 그렇게 생겨났다. 말하자면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빚으로 이윤을 남기는 것조차도 그렇다. 그것은 채권자의 생존을 공고히 한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서로의 규율을 지키는 한 이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유대다. 하지만 이 유대는 상당한 확률로 깨지게 되는데, 불행히도 채권자보다는 채무자의 의무불이행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보아왔다. IMF, 구조조정, 비정규직, 부동산 폭락, 반 토막 난 주식 등등. 생존을 위해 빚에 기대어 있던 많은 이들이 의무를 이행할 능력을 잃어버림으로써 더욱 큰 빚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생존을 위해서 진 빚이 오히려 생존을 위태롭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대한민국 가계부채가 1000조가 넘는다는데 생존을 위한 빚은 ‘삶’을 옥죄고 있다. 예를 들면 집이 반드시 ‘내 소유’가 아니라도 생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집이 ‘내 소유’면 내 생존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대출을 통해 내 생존의 기반을 탄탄하게 닦지만,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이변이 일어나면 이 빚은 내 삶을 완전히 파탄 낼 수도 있다. ‘생산성이나 수익성의 가장 즉각적인 압박으로부터 현재의 자원들을 해방(57p)’시킨 빚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나의 어머니는 정부 정책에 의한 신용카드 한도 하락 때문에 결과적으로 구치소까지 다녀와야 했다. 생존을 공고히 하려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버린 유형이다. 그런 위험을 애써 못 본 척하며 사람들은 계속해서 빚을 진다. 안전해지기 위해 계속해서 위험으로부터 자원을 끌어오고 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상상할 엄두도 못 낼 1000조라는 숫자를 넘을 때까지.

자본은 계속해서 위험을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 이 위험을 사면 당신은 안전해질 것이라고 선전한다. 계속해서 빚을 져라, 그리고 안전해져라. 뭔가 이상하지만 달콤하다.

우리 같은 평범한 개인이 알 수 없는 미증유의 경제대공황이나, 그리스처럼 국가부도사태 – 누구의 잘못인가는 제쳐두고 – 를 맞이하게 되면 ‘생산성이나 수익성의 가장 즉각적인 압박으로부터 현재의 자원들을 해방’시켜 맞본 달콤함은 즉시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런 빚의 위험한 족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소액대출’과 ‘희년’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을 너무 선하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실례를 들면 ‘바꿔드림론’이라는 서민구제금융의 회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이 상태 대로라면 2017년에는 재원이 고갈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2015. 9. 연합뉴스). 이런 소액 대출도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데 만약 ‘탕감’을 일정 주기로 계속하게 된다면 그 누가 빚을 마다할까.(저자의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파산면책과는 크게 다른 희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빚의 속박을 빚의 유대로 바꾸기 위한 방편은 어쩔 수 없이 자본이 우선적으로 선의를 가져야 하는, 냉정한 자본의 입장에선 씨알도 안 먹힐 방편이다.

빚을 지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빚진 자들이 모두 가난한 것도 아니다. 개인파산 및 회생을 신청하는 자들이 모두 생존의 위협을 받아서 그런 신용회복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디인스트의 해결책은 오직 생존을 위한 빚(생존에 위협을 받아 빚을 지는 경우)에만 국한할 수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 이미 – 물론 현재로서는 불충분하지만 - 제도적으로 조금씩 보완이 되어가고 있다.

이 책 <빚의 마법>을 읽는 동안 다양한 이야기들을 음미하며 잠시 즐거운 상상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 귀에는 공허한 광야의 외침이다. 홀로 광야에서 메시아의 도래를 외쳤던 세례 요한은 결국 메시아를 만나게 된다. 알다시피 현실의 메시아는 33살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그리고 그 메시아의 가르침은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며 마피아도 매주 죄사함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한다. 혹시 이 책도 그런 현실성 없는 희망을 갖게 하는 건 아닐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그곳(빚의 터널)을 지나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생존 때문에 빚에 허덕이는 자들에게 이 책을 건네보자. 많은 채권을 가진 자본가에게 이 책을 건네보자. 그리고 서로의 유대에 대해 토론하게 해보자. 어떤 결과가 상상되는가? 나로서는 서로 결속하게 하기 위해 서로가 져야 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유대로서의 빚이 현재로서는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다. 혹시 저자는 머나먼 미래를 상정해두고 이 책을 쓴 것일까? 그렇다면 그 멋진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2015년 9월 5일

대자보

김의경(『청춘파산』 작가)


기사 원문 링크 :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35764&section=sc4&sect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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