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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문)


오진엽 시인은 2005년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철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동자의 삶의 고달픔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둡고 칙칙한 느낌보다 그의 시는 참 맑고 순수합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이야기하듯 시를 써 나갑니다. 곧 눈으로 보고 경험한 모든 것이 시가 되어 살아 숨 쉽니다. 오진엽 시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바탕이 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시에서는 어려서부터 현재까지의 삶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갑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살아 숨 쉬고 있죠. 어렸을 때 기억부터 현재까지의 인생이 시가 되어 살아 움직여 지금 여기에 정착되어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뛰어 홈에 들어가려 해도, 삶은 시인의 순수한 마음을 도려내듯이 잔인하고 냉철하여 쉴 공간조차 주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집을 나가서 

정해진 순서대로

1루 2루 3루 거쳐

집으로 돌아와야만 된다

 

2루쯤에서 

올망졸망 아이들 떠올리며

입을 앙다물지만

3루는커녕

구조조정 견제구에 

비명횡사 할까봐

바짝 엎드리면서 내민 손

배냇 아이처럼 2루베이스

꽉 움켜쥐고

 

대학졸업 십년 만에 막내동생

겨우 1루에 다다랐지만

언제 대주자로 바뀔지 몰라 

전전 긍긍

옆집 혜원이 아빠

타석에 들어서기만을 기다리는

쭈빗쭈빗 대타인생

 

아이들과 아내의 응원이 

서럽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아버지는 

1루 2루 3루 돌아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귀가」 전문

 

가장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뒤돌아 볼 여유조차 주지 않습니다, 앞만 보고 직선으로 뛰어 1루, 2루, 3루를 돌아 집으로 와야만 하는 간절한 마음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 가족들과 먹을 짧은 순간을 위해 ‘헥헥’거리며 정해진 순서대로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8번 타자이기도 합니다. 17년 동안 한 번도 경기를 빠지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는 오진엽 시인이었기에 삶의 어려움을 야구로 표현한 훌륭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잠든 머리맡

쓰다만 공책에

은유법 하나 없는

콩나물 800원

두부 한모 500원

마지막 연에 

두줄로 지운 

파마 35000원

 

뒤척뒤척

아내는 꿈속에서도 

끙끙

시를 쓰나보다

― 「아내의 시」 전문


제목에서 보여주고 있는 ‘아내의 시’입니다. 


은유법 하나 없는 ‘아내의 시’가 있기에 오진엽 시인은 오늘도 비록 8번 타자이지만 꿈을 향해 더욱더 열심히 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아내의 시’는 가계부를 얘기합니다.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몇 번이나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파마 35,000원, 내일을 위해 끙끙대며 꿈속에서조차 시를 쓰는 아내의 모습이야말로 무서움을 떨쳐주는 방탄조끼이자 용기를 심어주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동반자일 겁니다.



2013년 7월 8일

대자보

김려원(예술강사, 다중지성의 정원 회원)


기사 원문 링크 :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34127&section=sc4&sect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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